Monday, June 23, 2014

중국맛집

마지막 황제와 천재 요리사의 동침

브라이언 매케나의 사합원 Brian McKenna @ THE COURTYARD 马克南四合轩


융합을 사랑한다 고로 여행한다

나는 싫증을 빨리 내는 청개구리다. 인사동까지 걸어가선 스타벅스에 앉아있고 브로드웨이로 날아가서는 설렁탕 집 등을 부볐다. 더러는 이런 행태를 듣기 좋게 융합이라 했다.

나는 가끔 피에르 가르니에가 무궁화 다섯 단 호텔이 아니라 삼청동이나 덕수궁 돌담길 옆 허물어져가는 고택을 재건하고 들어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서까래의 나뭇결이나 기와의 곡선은 나른하게 살리되 버터서부터 디저트까지 미식에 대한 철학을 날렵하게 담았냈더라면. 중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미슐랭 스타 쉐프 브라이언 매케나 Brian McKenna처럼 말이다.


자금성의 뒤뜰에 자리한 레스토랑 브라이언 매케나
레스토랑의 문을 열자 이 곳은 본격적으로 음식을 이야기 하면 안 되겠다는 감이 왔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외관이나 벽에 자리한 소품들이 시간과 전통에 화두로 말을 걸어 왔기 때문이다. 가쁜 숨을 고르느라 우선 에스프레소 한잔을 주문한다.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커피와 통밀 크러스트.


자금성에 요리의 왕국을 세운 청년


브라이언 매케나는 중국의 자금성의 안자락에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열었다. 북경의 전통 건축 양식인 300년된 사합원도 고스란히 지켜냈다. 그렇게 성곽을 짜 두고는 그 안은 자기가 하고싶은 대로 모로리 바꿨다. 시간의 흔적은 빈티지 가구로 남기고 모던한 고급감은 파스텔톤 테이블과 의자로 연출해 내었다. 중국의 미식가들은 그를 두고 솜씩 좋고 문화적 감각이 뛰어나며 사업수단까지 탁월한 걸출한 오너 쉐프라고 평가한다.



중국 근대화 시기에 사용했던 가구를 고스란히 살려내었다.




파티 피플을 매료시키는 은은한 칵테일바.


14세에 요리에 입문 21세에 미슐렝 스타 쉐프가 된 요리천재

요리에 앞서 브라이언의 스토리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 브라이언은 1977년 아이리쉬 태생으로 가정 환경이 여의치 않아 14살에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에 성실성까지 더해 21세에 영국에서 최연소 미슐랭 스타 쉐프로 등극하기에 이른다.

촉망받는 청년 쉐프로 순식간에 스타가 된 그는 영국의 미식계 거장 피에르 코프만(Pierre Koffman)과 현대 스페인 요리의 선구자 후안 마리 아르삭(Juan Mari Arzak)과 협력하며 유럽을 대표하는 쉐프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자신의 청춘과 열정을 쏟아 부었던 유럽의 미식계는 쉐프들의 자족감으로 치닫는 닫힌 공간이었다.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손님들의 존재가 점차 사라져가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요리가 심사위원의 펜끝에 오르기 보다는 손님들의 포크 끝에서 행복감으로 소화되기를 바랐다.



손님의 행복을 요리의 최고 가치로 꼽는 브라이언 매케나.


평소 아시아의 향료에 관심이 많던 그는 20년간의 성공을 뒤로 하고 중국으로 건너왔다. 수많은 만류와 조롱이 있었지만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그가 중국으로 들어온 2007년은 베이징올림픽을 한해 앞둔 시기로 경제가 급성장하고 고위급 외국인들의 방문이 잦았다. 그는 경제가 발전하면 가장 먼저 부상하는 쪽이 레스토랑 업계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중국은 그에게 또 하나의 선물을 주었다. 거대한 대지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식재료와 수천가지의 향료가 그것이다. 그는 다시 한 번 손님을 진정 행복하게 하는 요리에 쉐프로서의 사명을 걸기 시작한다. 유럽요리는 버터와 기름기가 많아 먹고 나서는 더부룩한 감이 오래 남는다. 브라이언은 이를 감안하여 기름기는 빼고 아시아풍 향미를 가미해 건강하게 맛있는 지중해 요리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훈제 닭요리와 콩스튜, 스프 대신 차를 가미하여 소화를 도왔다.


간장소스와 버섯, 청경채로 잡내를 잡은 양고기 스테이크.




초컬릿 디저트로 부활한 진시황제의 병마용.


주방의 내밀한 곳을 들여다 보게 하라

고급 레스토랑의 공통점은 쉐프와 고객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것이다. 브라이언도 자신의 주방에 일자로 획을 뚫고 유리로 마감하여 요리에 열중하는 쉐프의 눈빛을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이 볼 수 있도록, 음식을 고대하는 손님의 취향을 쉐프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브라이언의 주방은 철저한 분업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스테이크 섹션, 파스타 섹션, 스타일링 섹션, 그리고 소스를 만들고 뿌리는 섹션. 이들이 하나의 몸이 되어 움직이는 것은 교향악단의 연주를 보는 것처럼 조화롭다.



하나의 요리에도 철저한 분업이 이루어 지는 주방. 


특제 소스를 만들고 음식에 뿌리는 일은 요리의 완성도를 높인다.



사과향이 가미된 애피타이저 푸아그라 테린.



푸아그라의 풍부한 식감과 청사과의 상큼함 소금의 정갈함이 잘 어우러진다.


담아내는 그릇은 철학이고 담기는 음식은 정성이다! 

이곳에서는 그릇과 용기를 직접 만든다. 식전빵은 갓 구워 나온 온기를 잃지 않아야 하며 소스는 깊이 층이 지어 먹는 사람이 자신의 입맛에 강약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디저트는 경쾌하여 오랜 식사를 마친 손님들에게 미소를 선사해야 한다.



식전빵과 사이드 소스, 디저트를 위해 특수 제작된 용기들.


분자요리로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다

맛에 대해 최대한 집중을 하는 사람은 식자재의 외형과 껍질을 거부한다. 재료의 순수한 맛과 영양을 엑기스로 뽑아내어 새로운 맛의 외형을 재창조해 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요리사들의 미식 테크놀러지, 분자요리다. 브라이언은 유럽에서 인정받은 분자요리 기법을 중국으로 건너와 과감하게 적용하고 보기좋게 성공했다.



브라이언은 유럽의 분자요리 기법을 아시아인의 입맛에 맞게 재창조시켰다. 




청사과의 맛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디저트. 




시나몬 가루를 곁들여 사과와 바닐라에 풍미를 더했다.



사과즙으로 만든 슈거 애플 코팅, 포크로 톡톡 깨어 먹는 맛이 재미를 더한다. 



사과의 순수한 맛에 부드러운 풍미를 가미한 분자요리 디저트.


자금성의 석양 속 마지막 황제와의 만찬 

새 남자친구만 만나도 이런 저런 문제로 불편해지는데 영국의 청년 요리사 브라이언 매케나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문화를 찾아가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위에 자신 꿈꾸는 미식의 왕국을 훌륭히 재창조해 내었다. 나는 요리사로서의 자부심과 다른 문화와의 충돌을 과감하게 포용한 한사람의 걸출한 쉐프 덕분에 마지막 황제에서 나오던 자금성의 석양을 안락한 테이블에 앉아 미식을 곁들이며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저녁 테이블에 앉으면 은은한 조명을 받은 고궁의 안뜰이 한눈에 들어온다.




 

식후 1시간: 

베이징 고궁박물관이 바로 문앞에 열려있다. 자주색 담벼락을 슬슬 걸어 보는 것도 추억에 오래 남을 곳이다.

DATA: 가는 방법: 베이징 둥청취둥허먼따지에 95하오 (자금성 동문에 자리)
北京市东城区东华门大街95号,位于故宫东门
문의 전화: 0086.10.6526.8883
영업 시간: 런치 11:30-14:30, 다이닝 18:00-22:00(시즌별로 다이닝만 운영하는 시기가 있어 예약 필수)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