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ne 19, 2014

군대내 성희롱 문제

대한민국 육군 장교를 양성하는 육군사관학교에서 대낮에 여자 생도가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5월 22일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생도의 날 축제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날 오전 운동회를 마치고 공학 전공 교수와 생도 등 20여명은 교정 잔디밭에 앉아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돌려 마셨습니다. 

술을 마시던 중 2학년 여자 생도 한 명이 술을 이기지 못해 구토를 반복하자, 교수가 여생도를 생활관으로 데려가서 훈육관에 인계했습니다. 이후 함께 술을 마시던 4학년 남자 생도가 생활관까지 찾아가 여자생도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가 성폭행을 저질렀습니다. 

이번 사건이 공개된 이유는 동료 생도들이 함께 술을 마시던 생도 두 명이 없어지자 생활관에 가서 방문을 두드렸고, 이 과정에서 남자 생도의 후배 여자 생도 성폭행 혐의가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육군은 여자 생도를 격리하고, 4학년 남자 생도는 '성 군기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했으며, 육사 내에서 생도간 성폭행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이번 사건은 그저 대한민국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성범죄 사건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군대 내 성범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조사해봤습니다. 

' 군대 내 여군 성범죄 사건 일지' 

대한민국 군대에서 여군은 이제 단순한 '여군'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각종 병과로 넓혀지고 있습니다. 1989년 여군 병과가 해체되면서 7개 병과에 여군이 있으며, 1997년 공군사관학교를 시작으로 1998년 육사,1999년 해사에 여생도 입학이 허가됐습니다. 

이렇게 여군이 대다수 병과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이들은 항상 성희롱과 성범죄에 노출된 상황입니다. 군대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회식 자리에서 여군에게 술을 따르라는 명령은 애교(?)에 불과할 정도로 여군들은 늘 남자 군인들 틈에서 계급을 빙자한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하면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1999년 육군 전방 사단장은 지역 유지까지 참석한 만찬 자리에서 사단소속 여군 장교에게 술을 따르도록 하고, 엉덩이와 허벅지를 만졌으며 회식 후 사단장 공관까지 불러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을 9~10여 차례 지속했습니다.


특전사령관 최익봉 중장은 사단장 시절 여군 부사관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 드러나 보직해임을 당했습니다. 당시 이 사건은 여군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에서 밝혀졌는데, 이러한 성관계가 계급을 이용한 강요에 의한 성관계였음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회식이 제일 싫어요. 회식 때마다 쉰 살쯤 된 원사들이 “딸 같다”며 옆에 앉혀요. 그러고는 허벅지도 만지고, 등쪽 라인도 쓰다듬어요. 엉덩이도 툭툭 치고…. 언제, 몇 번인지 기억할 수도 없어요. 신임 하사 때부터 지금까지 술 마실 때마다 그래요. 주로 다른 사람들 정신없을 때 손이 쑥 들어와요. 술을 따르라거나 옆에 앉힐 때는 늘 ‘장기’나 ‘연장’을 가지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해요. (부사관은 의무 근무 연수가 3년이다. 2년째에 3년 더 근무할 수 있는 ‘연장’ 심사를 하고, 5년째에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장기’ 심사를 한다. 최근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심사의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큰 행사가 있을 때면 꼭 지휘관 옆에 앉아서 술을 따르라고 하죠. “꼭 그래야 합니까” 하고 물으면 “너 이런 거 안 하면 어떻게 ‘장기’가 되겠어?”라고 말해요.> (어린 여성 부사관의 증언, 출처:한겨레 21)

이처럼 군대에서는 계급을 이용한 성희롱과 성추행,강간 등이 매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사관들의 '장기복무'를 미끼로 한 주임 원사와 상사들의 술자리 초대와 지휘관 보좌를 핑계로 단둘만의 자리에서 자행되는 성추행과 성희롱은 아예 신고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며, 얼마나 많은 성범죄가 군대에서 은폐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 강간도 처벌되지 않는 사회가 군대' 

군대에서의 성추행과 성범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군대 내 여군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제대로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예방 효과도 있을 수 있겠지만, 힘들게 성범죄 신고를 해도 그마저도 처벌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여군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2010년 육군 원사가 여군을 상대로 강간치상의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육군 원사에 대한 공소 자체가 기각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처럼 군대에서는 성범죄에 대한 기소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여군 대상 성범죄의 불기소율은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4년간 군인 대상 성범죄의 불기소 비율이 57%에 비해 여군 대상 성범죄 불기소율은 67.7%에 달했으며, 특히 2011년에는 불기소 비율이 87.5%에 달했습니다. 

여군 대상 성범죄는 점점 늘어나지만, 기소율은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하급자인 여군이 상관인 남자 군인의 성추행과 성폭력 등을 신고해도 불이익만 당하기 때문에 중간에 고소를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힘들게 상관의 성범죄 사실을 고발해서 재판까지 가도 실형을 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여군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기소됐지만, 실형을 선고받는 비중은 겨우 33.3%에 불과했습니다. 

3건의 여군 대상 성범죄자 중 1건만이 실형이 선고됐으며, 그나마도 2011년에는 모든 사건이 집행유예가 선고돼, 결국 성범죄자를 신고해도 풀려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앞서 군대 내 성범죄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유는 장교이상 계급의 여군 성범죄 대상 불기소율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일반 병사나 부사관급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에 비해 장교들의 성범죄는 기소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여군들 사이에서는 '신고하면 오히려 너만 손해'라는 말이 나돌아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부하장교가 성폭력을 신고해도 오히려 부하장교의 항명과 근무 태도를 가지고 부하장교를 처벌하는 적반하장이 수도 없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군대입니다. 


'부하 부인도 내 맘대로 하는 잘못된 군대 성문화' 

군대 내의 삐뚤어진 성문화를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부하의 부인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점입니다. 군대에서는 부부 동반 모임이나 회식이 있는데, 이럴 경우 상급자들이 부하의 부인을 노골적으로 성희롱하는 경우가 일어납니다. 
(성적군기 문란행위 처벌 사례, 출처:육군법무감실)
부하부인도 내 부하처럼 여기는 군대에서 여군의 인격은 아예 없다고 봐야 합니다. 마치 여군을 술집 여성처럼 대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여군에게 '너 몸매 좋아졌다','가슴에 뭐 넣었냐','머리냄새 좋은데' 등의 성희롱은 그저 칭찬과 농담에 불과한 곳이 되어버린 사회가 바로 군대입니다. 그들에게 여군은 군인이 아닌 그저 사무실의 '꽃'이나 회식 자리의 '기생'과도 같은 존재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계급을 빌미로 성희롱과 성폭력이 난무하는 군대가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가 청와대에 있던 1964년에 대한민국 여군은 결혼은 허용되지만, 임신은 허용되지 않는 나라였습니다. 부사관은 아예 결혼 자체가 불허되었던 시절입니다. 

이제 여성 대통령이 취임했으니 임신한 여군의 배를 보면서 '배 많이 불렀네, 만져봐도 되냐' .'가슴도 많이 나왔네'라는 말을 하는 남자 장교들은 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4대악 척결을 주장했지만, 오히려 성범죄는 더 많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여성 대통령'을 강조하며 여성이 보호받고 살기 좋은 시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면, 최소한 대한민국 정부 조직에서 벌어지는 이런 성범죄만큼은 꼭 책임져야 합니다. 

딸을 낳기 전에는 여성에 대한 성희롱과 성범죄를 무심코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이제 딸을 보면서 지난날 무심코 했던 나의 말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후회와 반성을 합니다. 이 땅의 모든 여성이 나의 누이, 딸, 아내라고 생각한다면 군대가 됐던 사회가 됐던 여성에 대한 성희롱과 성범죄에 대한 남자들의 반성과 경각심이 필요합니다. 

성범죄자에게 관대하고, 그들을 막을 수 없는 법과 정부라면, 이 땅의 남자들이 스스로 그들을 지켜주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http://www.cjmall.com/index_tab1.jsp
http://impeter.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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