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21, 2021

페이스북 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의 복지와 연봉 수준은?"

학력과 나이, 출신을 아무도 모르는 회사
출퇴근 시간도 없고, 재택근무 활발
1주일에 한번 저커버그와 대화가능한 페이스북코리아

“내가 다녀본 최고의 회사, 그리고 마지막 회사”
“이 이후의 직장을 상상할 수 없다”
 
잡플래닛 후기에 칭찬으로 도배된 회사가 있다. 시가총액이 3342억달러에 이르는 페이스북의 한국 지사인 페이스북코리아. 도대체 어떤 회사인지 서울 강남에 있는 페이스북 코리아의 본사를 가봤다.

첫인상은 사무실인지, ‘부티크 호텔’ 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색감 넘치는 인테리어. 이어 미니바가 눈에 들어온다. 다양한 와인과 맥주로 가득찬 냉장고가 있는 곳이다.  페이스북 홍보담당 박상현 부장은 “일하면서 술을 마실 수 있다”고 했다.

냉장고 옆으론 색다른(?) 물건으로 채워진 자판기가 있다. 5만3000원짜리 갤럭시 케이스, 9만원짜리 애플 아답터, 3만원짜리 이어폰, 값비싼 키보드와 메모리디스크까지. 이 모든 것을 무료로 뽑아 쓸 수 있다.  박 부장은 “직원들이 감사하며 쓰라는 뜻에서 가격을 적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대형 TV 부터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에 푹신한 소파까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뽑히는 이유가 한 눈에 들어왔다.

하드웨어가 전부가 아니다. 직장으로서 페이스북 코리아의 최대 강점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국내 대기업과 ‘거꾸로’가는 인사제도와 복지혜택, 강력한 인력 풀이 좋은 직장을 만드는 첫째 조건이다. 기업 문화는 '학력 대신 실력', '아부 대신 능력', '통제 대신 자율'의 3박자가 핵심이다.

페이스북의 가전 악세사리 자판기와 사무실 모습/페이스북 제공

◇한 명 뽑는데 3개월~1년 걸려

 
페이스북처럼 최고의 기업엔 최고의 '학벌'을 가진 인재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페이스북 코리아 직원 50여명 가운데 이른바 ‘SKY’출신은 10명 남짓에 불과하다. 비SKY출신이 80%에 이르는 것이다. 인사를 담당하는 정밝음씨는 한양대, 박상현 홍보부장은 한동대를 나왔다. 프로게이머, 연극배우, 축구전문기자 등 전직도 다양하다. 정밝음씨는 “학력 영어성적 등은 전혀 보지 않고, 오로지 능력만 보고 사람을 뽑는다”고 했다.

흔한 스펙을 보지 않으니 사람 뽑는 과정이 까다롭다. 우선 후보자를 선정해 페이스북코리아 인사팀이 면접을 본다. 이어 지역 본부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 지사가 영어 인터뷰를 본다. 이후 추가로 면접을 더해 후보자 별로 총 4~8번의 면접이 이뤄진다. 이렇게 사람 하나 뽑는 데 3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첫째로 꼽는 요건은 ‘오너십’이다. 평직원이라도 회사 오너처럼, 일을 A~Z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지 본다. 그래서 4년 이상 경력자를 주로  뽑는다. 박 부장은 “입사 후 한 달이 지나 상사에게 일을 물어보면 창피한 일로 간주한다”고 했다. 자기 가치를 6개월 간 증명하지 못하면 제 발로 회사를 나가야 한다. 
 
국내 페이스북 사용자가 늘면서 신규 채용 수요가 늘고 있다. 현재 약 14개 정도의 채용포지션이 열려 있다.

페이스북 제공, 잡아라잡, 영상 캡처

◇성과는 동료 직원들이 평가
 
연봉은 직무와 경력, 성과 별로 차이가 난다. 직장정보 사이트 '잡플래닛'을 보면 IT인터넷 부분 대리(5752만원), 디자인 부분 대리(8000만원), 영업제휴 과장(7800만원) 등의 연봉 정보가 게재돼 있다. 대부분 경력직원이라 전 직장에서 받은 연봉을 베이스로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성과 평가는 주도적이다. 정밝음씨는 “1년에 네 차례 내가 평가를 받고 싶은 사람 5명에게 성과 평가를 제안해  A4용지 반 장 정도 분량의 평가서를 받는다”고 했다. 평가서엔 반드시 구체적인 사레가 들어가야 해서, 보통 같은 일을 하는 동료 직원들이 해준다. 박 부장은 “무조건 칭찬만 해선 안된다”며 “굉장히 정확하고 냉정하게 피드백을 한다”고 했다. 동료로부터 평가서를 모으는 데는 약 3주 정도 걸린다.

성과를 평가할 땐 직원의 실패를 귀하게 여긴다. 직원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주변 환경의 어려움은 있지 않았는지를 다각적으로 살핀다. 매출 같은 ‘숫자’로 표시되는 정량평가 비중은 미미하다.

페이스북 사무실 모습/페이스북코리아 제공

성과급은 연초에 목표한 금액의 최대 300%까지 받을 수 있다. 연초에 1000만원을 목표로 했다면, 실적에 따라 3000만원까지 받는다. 이와 별도로 페이스북 주식을 입사 후 4년에 걸쳐 받는다.

또 연간 120만원 상당의 헬스·스포츠비, 연간 25일 휴가, 안경비용(20만원) 등의 복지혜택이 있다.

페이스북은 글로벌 단위로 수시 ‘직원 만족도’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회사의 조직문화나 사내시설, 처우혜택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눈 가리고 아웅하면 언제든 회사가 기울 수 있다"며 "직원들이 불편을 느끼는 문제는 바로 개선한다”고 했다.

◇ ‘마크 저커버그’에게 1주일에 한 차례 질문가능

이렇게 좋은 사무실에 정작 직원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업무 성격에 따라 대부분 외근을 하고 재택근무도 활발하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고, 사무실 의무 근무 조항도 없다. 페이스북코리아 조용범 지사장 스스로 자녀를 학교에 등교시킨 뒤 오전 9시30분에 출근한다. '본인의 행복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 언제든 매니저와 자유롭게 의논해 시간을 뺄 수 있다. 성과만 내면 된다.

페이스북 뉴스롬

서로 학력과 나이, 출신을 알 필요가 없고, 배경이 다양한 만큼 동문 모임 같은 게 들어설 자리가 없다. 사내정치를 시도했다간 ‘매장’당하기 십상이다. 나이 든 직원이 나이 어린 사원에게 반말을 했다가 주의를 받은 적도 있다.

업무량은 많은 편이다. 인적 자원을 타이트하게 운영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창업자처럼 ‘일당백’으로 일해야 성과를 낼 수 있고, 일이 없다면 스스로 발굴해야 한다. 일이 없으면 오히려 불안하다. 새로 들어온 직원들은 분위기에 적응할 때까지 “왜 나한테 일을 안 시키느냐. 힘들다”고 하소연 한다.

전세계 페이스북 직원들은 1주일에 한 번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화상회의 형식으로 대화할 수 있다. 금요일마다 미국 서부 시간으로 오후 4시(한국시간으로 토요일 아침 8시) 열린다. 페이스북코리아 직원들은 토요일 아침 화상 컴퓨터를 켜고 본사 Q&A세션 담당 직원에게 질문을 즉흥적으로 부탁한다. 좋은 질문을 사전에 추려 던지기도 한다. 

직원들은 다양한 질문을 했다고 한다. 최근 대화에서 '당신이 00노래를 좋아한다는데, 직접 랩을 해줄 수 있냐’는 요청이 있었다. 인턴으로 채용된 한 직원은 "안녕 저커버그. 이번에 인턴으로 채용됐어. 반갑다"고 인사했다고 한다. 이밖에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 '브렉시트' 사태 등 경영과 거시경제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박상현 부장은 "매우 사소하거나 과거에 이미 나왔던 질문에도 모두 답을 해준다"고 말했다.


보험

 '보험업'은 '보험상품의 위험을 인수하는 업'인데, '옵션매도와 비슷하다. 즉, 일반적으로 옵션매수는 위험을 남에게 전가하는 것이고, 옵션매도는 위험을 인수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만약의 사고위험을 보험회사에 전가하는 것이고, 보험회사는 사고위험을 인수하는 대가로 보험료를 받는다.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결국 옵션매수이고, 보험회사는 옵션매도를 통해 사고위험을 인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옵션매도를 투자의 수단으로 사용하다가 큰 손실을 본 사례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1980년대에는 국내의 모 지방은행이 옵션매도로 큰 손실을 입었다. 이 사건으로 한동안 은행의 장외옵션매도가 금지되었다.


1990년대에는 모 증권회사 및 투자신탁회사 등 투자전문기업조차 옵션매도로 큰 손실을 입었다. 일명 다이아몬드펀드 사건이다.


2000년대에는 수백 개의 수출중소기업들이 옵션매도로 큰 손실을 입었다. 바로 KIKO 사건이다. 그런데, 옵션매도를 은행이 권유했고, 은행은 옵션매수를 했다.


은행은 외환위험을 회피하는 상품이라고 판매했지만, 실상은 기업이 마치 보험회사인양 외환위험을 인수하여 큰 손실을 입었고, 은행은 반대편에서 위험을 기업에게 전가했다.


은행업의 법적 정의는 "조달한 자금을 대출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것"이다. KIKO 사건의 피해 기업들은 2013년 대법원 판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은행이 기업에게 옵션매도를 권유한 것은 문제가 없는 것인가?


2010년대에는 수천 명의 개인투자자들이 옵션매도로 큰 손실을 입었다. DLF사건이다. 은행은 예금만큼 안전한 상품이라며 판매했지만, 실제는 개인들이 마치 보험회사인양 위험을 인수한 상품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는 지난 40여 년간 약 10년을 주기로 파생상품 관련 사고가 발생했는데, 공통점은 예외 없이 옵션매도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옵션매도의 문제는 국내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230년 역사를 자랑하던 영국의 베어링은행은 옵션매도로 10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결국 파산해서 네덜란드 ING그룹에 단돈 1달러에 매각되었다.


한편,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의 지방자치단체인 오렌지카운티가 옵션매도로 15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결국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KIKO 옵션매도로 입은 손실은 약 30억~100억 달러로 추산되니, 그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40여년의 기간 동안 국내외에서 발생한 여러 손실사례만 보더라도, 옵션매도는 심지어는 전문가에게도 큰 손실을 입힐 정도로 구조적으로 큰 위험이 내재된 것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장외옵션매도를 규제한 이후, 국내 은행의 옵션매도 손실은 40여 년간 재발이 방지되고 있다. 같은 기간 옵션매도에서 비롯된 손실의 대상은 은행외의 금융회사, 일반기업 및 심지어 개인투자자까지 확대되어 왔다. 다음의 10년 주기에는 누가 피해자가 될 것인가?


옵션매도는 보험회사나 일부 대형증권회사의 전문영역이다. 즉, 보험이나 일부 대형증권회사들은 업무 중 상당부분이 위험을 대가로 수익을 올리는 전문투자자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어서 옵션매도를 규제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개인, 일반기업 등 비전문가인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옵션매도형 금융투자상품의 판매를 전면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KIKO 1심 소송에서 유일하게 기업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던 법관이, 법원 내 학술행사에서 공개적으로 예언한 적이 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간다 한들 KIKO 사건의 사기적 부정행위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것이었다.


그 이유로 법관들이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 법관의 예언은 불행하게도 결국 적중했다.


KIKO 사태는 옵션매도와 사기적 부정행위가 포함된 매우 광범위한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원은 설명의무만을 중심적으로 판단한 나머지,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KIKO 문제해결을 정책공약 중 하나로 선정한 것도 이런 것이 기준이 되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공약은 현재까지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사이에 옵션매도의 피해 대상은 기업에서 개인으로 확대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DLF사건이다. 한편, 사기적 부정행위의 대상이 기업에서 개인에게로 확대된 것이 라임펀드사건이다.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는 주요원인 중 하나로 KIKO 사태 시 문제해결에 미온적이었던 것이 지적된다.


사기라는 범죄는 인간의 탐욕을 먹고 자라는 속성이 있어서 피해의 재발방지에 어려움이 있다. 반면에 일반투자자에 대한 옵션매도 상품 판매규제는 금융정책의 문제이므로, 피해의 재발방지가 훨씬 쉬워 보인다. 다음의 10년 주기부터는 옵션매도의 피해를 입는 선량한 국민이 더 이상 없기를 기원한다.

Tuesday, November 2, 2021

번개장터 대표

[인터뷰] 장원귀 번개장터 대표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모바일 환경이 익숙하다. 온라인으로 소비하는 것에 익숙한 2000년대생은 물건을 모바일로 되파는 ‘중고 거래’ 하는 것도 선호한다. 이러한 소비패턴을 중고거래 시장에 접목해 성공한 플랫폼이 바로 ‘번개장터'다.

번개장터 사용자 절반 이상은 10~20대다. 장원기 번개장터 대표는 "번개장터는 2010년 서비스 론칭부터 스마트폰에서 쓰기 편한 앱 서비스로 출시해 모바일에 익숙한 사용자들을 모을 수 있었다"며 "기존 중고거래에서 느낀 불편함 점을 해결하고 물건을 검색 또는 등록하고 판매(구매)하는 모든 거래 과정을 앱에서 할 수 있도록 했더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장원귀 번개장터 대표./ 번개장터 제공
그는 또 "번개장터 이용자 대부분은 10대이고 이들은 스타굿즈(인기스타와 관련한 상품) 거래를 선호한다"며 "번개장터는 모바일 퍼스트 세대와 함께 성장하는 차세대 중고거래 플랫폼이다"고 덧붙였다.
이용자를 모으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창업초반 사무실도 없이 1년 가까이 카페에서 일했으며, 이사만 10번 넘게 다녔다. 장 대표는 10년째 사업을 운영하면서 제대로 된 ‘휴식’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장 대표는 "건강이 안 좋다는 걸 느껴 2019년 창업 이후 처음으로 휴가도 다녀오고, 운동도 시작하는 등 쉬는 시간을 강제로 늘리고 있다"며 "휴가를 가기 위해 유효기간이 만료된 여권을 갱신하려고 가보니 10년 동안 일하느라 해외여행을 한 번도 안 다녀온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기’와의 전쟁

장 대표는 한번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2018년은 그가 ‘사기거래' 문제에 집중한 해다. 장 대표는 "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저는 물론 직원들을 총동원해 사기 발생률 낮추기에 24시간 총력을 기울였다"며 "그 결과 두 달 만에 전체 거래대비 사기발생률이 기존 0.2%의 절반 수준인 0.1%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번개장터 직원들 모습./ 번개장터 제공
그가 사기 근절에 사활을 건 이유는 바로 이용자들 때문이다. 장 대표는 "단 한 건의 사기거래만 경험라더라도 이용자는 거의 평생 상처를 가지고 살며, 더불어 중고거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가질 수 있다"며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되는 문제는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단 한 건의 사기라도 줄이기 위해 계속해서 해결 방법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사기 형태가 다양해지자 사기를 당하기 전에 플랫폼 내에서 원천적으로 사기를 막을 수 있게 하는 방향을 설정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번개톡, 번개페이(안전결제시스템) 등의 서비스다.

4차산업혁명 대비하는 중고거래 플랫폼

자체 애스크로인 번개페이나 번개송금, 번개보험 등 안전 거래 시스템은 번개장터가 국내 1위 중고거래 모바일 플랫폼으로 성장한 비결이다.

장 대표는 "업계 최초로 번개장터 내에 번개톡이라는 메신저를 넣어 흥정부터 거래까지 플랫폼 내에 증거를 남길 수 있게 했다"며 "물품 또는 송장을 받고나서 판매자에게 돈을 입금하는 번개페이와 번개송금 등 안전거래 방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기거래율을 낮춘 번개장터는 2019년부터 4차산업혁명 시대 대비에 나섰다. 빅데이터 스타트업 ‘부스트'를 인수해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을 적용했다.

장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며 보니 분기마다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있었고, 그 중 하나는 개인 간 거래시 수량이 하나밖에 없다는 점인데 개인별 맞춤형 ‘추천'이 어렵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어렵다고 해서 문제를 방치할 수 없기에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리딩하는 빅데이터 업체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장원귀 번개장터 대표./ 번개장터 제공
최근 번개장터는 블록체인 기반 간편결제 시스템 적용을 위해 블록체인 기반 결제·정산 서비스 테라 생태계에 합류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최대 3%의 결제 수수료를 부담하는 구매자에게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기존 번개장터 거래의 경우 신용카드는 거래액의 3%, 가상계좌는 1.5%의 결제 수수료가 발생하나, 차이를 이용하여 결제 시 별도의 수수료가 없도록 한 것이다.

장 대표는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기 때문에 이벤트를 진행해 수수료를 할인해주고, 기존 페이먼트와 더불어 테라와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수익원 창출 효과도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번개장터는 2016년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며, 매출도 계속 성장세다. 2019년 매출은 2018년대비 70% 성장할 전망이다. 기존 광고 매출 외 번개페이, 번개송금 등의 페이먼트 쪽의 매출 성장이 주효했다.

투자유치보다는 내실 다지기

장 대표는 10년 뒤에도 번개장터를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향후 중고거래 시장이 커질 것이란 확신 때문이다.

그는 "장기 경쟁 불황으로 선진국일수록 중고거래가 활발해진다는 연구도 있고, 실제로 물건을 깨끗하게 쓰는 일본의 경우 개인간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는 상장(IPO)을 통해 수년만에 4조~5조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곳으로 성장했다"며 "물건을 깨끗하게 쓰는 문화가 자리 잡을수록 중고거래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투자 유치나 상장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내실다지기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지금은 좀 더 의미 있는 투자를 하기 위한 투자처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많은 스타트업들이 적자를 내다보니 투자를 받고 적자가 나면 또 투자를 받는 상황을 반복하지만, 번개장터는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내실있게 단계적으로 성장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은 사실 순간적인 이벤트라고 생각한다"며 "본질은 ‘성장'이므로, 의미없는 투자 유치나 상장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방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투자유치하는 것보다 사람(직원)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는 "조직문화 다듬기에 나설 예정이다"며 "2018년 직원 수가 많이 늘어난 만큼 나름의 직원 복지를 위해 사무실도 새롭게 단장하고, 웰컴키트 제공, 사내 거래왕 등 다양한 사내 이벤트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웰컴키트는 신입사원들에게 제공하는 선물이다. 일할 때 필요한 사무용품을 비롯해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담겨있다.



브랜디 서정진 대표

 K패션 뉴리더 릴레이 인터뷰

(3) 서정민 브랜디 대표

1만2000개 패션 셀러 입점
'하루배송" 내세워 급성장
작년 거래액 전년대비 100% 성장

"글로벌앱 기반 내년 1조 거래"
서정민 브랜디 대표 "알리바바도 러브콜…동대문패션 세계화 이끌 것"

“지금까지 동대문 옷을 해외에 팔려는 시도가 없었다. 만약 그런 기업이 있었다면 세계 1위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를 제쳤을 것이다.”

여성 의류 쇼핑앱 브랜디의 서정민 대표(사진)는 올해 사업 목표를 ‘동대문 패션의 세계화’로 잡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개발 중인 것이 브랜디 글로벌 앱이다. 해외 대형 유통업체가 도매로 동대문 시장의 옷을 사갈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동대문 시장은 세계 최대 패션 클러스터(cluster·집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반경 2㎞ 내에서 디자인·생산·유통을 담당하는 17만 개 업체가 활동 중이다. 이들의 연간 거래액은 15조원. 하루에 쏟아지는 신상품 수만 1만 개에 달한다.

브랜디는 패션 셀러 약 1만2000곳이 입점해 있는 동대문 대표 패션 쇼핑앱이다. 2016년 앱을 내놓은 후 총 다운로드 수는 950만 건에 달한다. 앱 하루 방문자 수는 최대 53만 명. 이 중 80% 이상이 패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1020세대다. 브랜디는 이들의 방문,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잘 팔릴 만한 옷을 예측한다. 서 대표는 “수요 예측 알고리즘, 풀필먼트센터 등 인공지능 기술 기반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서정민 브랜디 대표 "알리바바도 러브콜…동대문패션 세계화 이끌 것"

브랜디는 이런 첨단 시스템 덕분에 지난해 10월 주문 당일 또는 다음날 옷을 배달해주는 ‘하루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1020세대가 이에 열광했다. 셀러들을 위해 상품 구입부터 포장, 배송까지 대행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런 노력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패션시장의 위기 속에 작년 거래액(추정치)이 3000억원으로 뛰었다. 2019년(1576억원)보다 10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브랜디는 내년 목표를 1조원으로 잡고 있다. 브랜디 글로벌 앱 등을 성공시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서 대표는 “라자다그룹, 알리바바그룹, 쇼피 등 해외 대형 유통업체들이 동대문 옷을 팔고 싶다는 이메일을 계속 보내온다”며 “국적 불문하고 Z세대로 불리는 1990년대생들은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에서 동일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동일한 문화를 즐기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민 브랜디 대표 "알리바바도 러브콜…동대문패션 세계화 이끌 것"

브랜디는 해외 시장 진출 등을 앞두고 정보기술(IT)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직원 290명 중 100명이 IT 인력이다. 서 대표는 “올해 IT부문에서 100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랜디의 가능성에 지난해 네이버가 100억원을 투자했다. 지금까지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은 총 450억원에 달한다.

Saturday, October 30, 2021

와인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박재정 퍼플독 대표와 퍼플독 홍대점. /더비비드, 퍼플독
박재정 퍼플독 대표와 퍼플독 홍대점. /더비비드, 퍼플독

와인은 어렵다. ‘바디감’이니 ‘타닌’이니 모르는 단어투성이다. 대중화되고 있다는데, 처음 시도하는 사람에겐 문턱이 높다. 보관법도 까다롭고, 맛있게 먹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도 많다.

와인 정기구독 서비스 ‘퍼플독’은 일상에서 와인을 즐기고 싶은 사람을 목표로 한 서비스다. 퍼플독의 박재정 대표(51)가 직장 다닐 때 고객사에게 와인을 선물했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 씨이오스위트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와인 아카데미 학위 취득한 법무팀장

퍼플독 홍대점. 와인 정기구독 최초 결제를 하고, 퍼플독에서 큐레이션한 와인을 살펴볼 수 있다. /퍼플독
퍼플독 홍대점. 와인 정기구독 최초 결제를 하고, 퍼플독에서 큐레이션한 와인을 살펴볼 수 있다. /퍼플독

퍼플독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취향에 맞는 와인을 배송해 주는 와인 정기구독 스타트업이다. 배송되는 와인의 수와 종류에 따라 9가지 종류의 멤버십이 있다. 배송한 와인과 관련된 콘텐츠도 제공한다. 온라인몰에선 ‘무알콜 와인’을 판다.

1995년 부산대 법대를 졸업한 박 대표는 20년간 기업법무전문가로 일했다. “현대건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매일유업에서 법무팀장까지 했습니다. 업무상 고객사와 만날 때, 와인을 마실 일이 많았어요. 체계적으로 와인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와인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커질 때 재직 중이던 매일유업이 프랑스 와인 아카데미 ‘듀뱅’의 라이선스를 받아 서울지사 운영을 시작했다. “당장 등록해서 팀원들과 3년간 공부하며 와인 세계에 눈을 떴습니다. 최고 레벨의 학위도 취득했죠.”

(맨 오른쪽) 과거 직장인 시절 박재정 대표. /박재정 대표 제공
(맨 오른쪽) 과거 직장인 시절 박재정 대표. /박재정 대표 제공

그즈음 ‘내 사업’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운 좋게 회사에서 뜻이 맞는 동료(현 부대표)를 만나서 함께 퇴사했어요. 2014년 법인을 설립해 3년 동안 기존 직무 경험을 살려 법무 아웃소싱 업체를 운영했습니다.”

-지금은 그 일을 하지 않네요.

“법무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다 보니 원래 하고 싶었던 ‘내 일’을 할 수가 없었어요. 고객사가 맡긴 일을 처리하는 게 급급해 일의 휘발성이 강했죠. 회의감이 들어 새 일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2017년 12월 다른 옛 동료 직원까지 함께 사업하겠다고 모였다. “사업이 하고 싶어 모인 사람들인 만큼 보다 본질적인 일로 업종을 전환하기로 했어요. 고민 끝에 우리 모두의 공통점인 와인을 떠올렸죠. 사업성도 있다고 판단했어요. 저도주(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와인이 이전보다 훨씬 자주 식탁 위에 오르고 있었거든요.”

◇와인 고수 대신 와인 초보에 주목한 이유

월 3만9000원 구독 상품 선택 시 매달 배송되는 와인과 콘텐츠. /퍼플독
월 3만9000원 구독 상품 선택 시 매달 배송되는 와인과 콘텐츠. /퍼플독

고민 끝에 와인 유통방식에 변화를 주는 데서 시작하기로 했다. “이미 와인을 잘 아는 소비자가 할인마트나 소매점에서 자신이 마실 와인을 고르는 전통 방식의 유통을 하긴 싫었어요. 뒤늦게 와인의 매력에 눈 뜬 저처럼 새로운 소비자층이 와인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랐죠. 그때 찾은 해결책이 맞춤형 구독 서비스였습니다.”

와인 초보자에게 와인을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선 일회성 추천 서비스를 넘어서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다. “같은 추천 시스템이라도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구독과는 결이 달라요. 콘텐츠 구독은 가볍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와인은 실물로 받아서 직접 마시기 때문에 입맛에 맞지 않으면 바로 서비스 해지로 이어져요. 추천에서 끝날 게 아니라 고객의 피드백을 받으며 계속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 필수란 생각이 들었어요. 일회성 취향 추천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와인 모른다고 기죽지 마세요, 떠먹여드릴게요

퍼플독 와인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함께 오는 와인 설명서. /퍼플독
퍼플독 와인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함께 오는 와인 설명서. /퍼플독

와인 정기 구독 서비스를 알아보니 규제 문제가 있었다. 주류는 온라인 신청에 의한 배송이 불가능한 것이다. “전통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류는 전화 또는 온라인 주문이 안됩니다. 청소년이 구매할 위험성 때문에 규제해둔 것이죠. 앞서 시도했던 주류 구독 스타트업들이 바로 이 규제 때문에 사업을 중도 포기했더라고요.”고심 끝에 결제를 ‘대면’으로 하기로 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한 후, 와인을 택배로 보내주기로 한 것이다. “온라인 결제하고 택배를 받는 것은 안되지만, 앱으로 예약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한 고객에게 와인을 배송하는 건 문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처음 저희를 경험하시는 고객에게 퍼플독 매장을 보여주고, 고객과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으니 더 좋을 거라 판단했어요.”

퍼플독은 와인 정기구독 서비스뿐 아니라, 무알콜 와인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제품 중 하나인 제로 와인 no.7. /퍼플독
퍼플독은 와인 정기구독 서비스뿐 아니라, 무알콜 와인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제품 중 하나인 제로 와인 no.7. /퍼플독

2018년 7월 1일, 와인 정기구독 서비스 ‘퍼플독’을 론칭했다. “퍼플독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할 때 와인 설문을 작성해요. AI가 설문 결과를 기반으로 최초로 배송할 와인을 결정하죠. 고객은 매장에 찾아가 딱 한 번만 결제를 하면 돼요. 이후에는 해지 전까지 등록된 결제 정보로 결제해서 와인을 추천해 배송해드리죠. 와인을 받은 소비자가 피드백을 전달하면, 이를 기반으로 다음 와인을 선별합니다. 이번 달에 배송받은 와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쓰다고 하면 다음 달에는 단맛이 더 강한 와인을 선별해 배송해 주는 식이죠.”

횟수를 거듭할수록 이용자 취향에 가까워진다. “통상 세 달 정도 이용하면 진짜 좋아하는 와인이 무엇인지 알게 되죠. 와인에 대한 지불 용의와 지갑 사정이 저마다 다른 것을 고려해, 구독 상품 금액대를 월 3만9000원부터 100만원까지 설정했습니다.”

와인과 함께 제공되는 음성 콘텐츠 '1분 레슨'. /퍼플독
와인과 함께 제공되는 음성 콘텐츠 '1분 레슨'. /퍼플독

먹는 재미 뿐 아니라 ‘아는 재미’도 챙겼다. 라벨 읽는 법, 어울리는 음식, 테이스팅 노트 그리고 보관 방법까지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실물 와인과 함께 제공한다. 와인병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으면 받아본 와인 종류와 관련된 콘텐츠 감상 후 피드백도 남길 수 있다. 별도의 온라인몰에선 ‘무알콜’ 와인을 판매한다.

“글과 함께 음성 콘텐츠 ‘1분 레슨’도 제공하고 있어요. 미술관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미술 작품을 200% 즐길 수 있는 것과 같아요. 처음에는 콘텐츠를 제대로 보는 구독자가 20%도 되지 않았는데요. 이제는 많은 분이 콘텐츠를 즐겨 주십니다. 주축 소비자는 30대 여성입니다. 삶의 질 향상에 관심 많고 지적 호기심이 많은 소비자층이죠. 이런 데이터를 보며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맞구나’ 확신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개점, 국내 최고 와인 플랫폼 목표

앞으로 3년 내 구독 스타트업 최초로 유니콘 기업이 되는 것이 퍼플독의 목표다. /더비비드
앞으로 3년 내 구독 스타트업 최초로 유니콘 기업이 되는 것이 퍼플독의 목표다. /더비비드

지난 7월 서울 홍대에 ‘경험 중심’의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100여종이 넘는 와인을 시음·시향 할 수 있어요. 와인에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찾아오실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지식을 얻을 수도 있지만 직접 향을 맡고 마셔보는 경험에 비견할 수 없어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고 계십니다. 온라인몰에선 무알콜 와인을 판매하고요.”

온·오프라인에서 쌓은 취향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최대 와인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다. “현재 국내 클라우드 IT기업과 함께 추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어요. 마트, 백화점 등의 와인 소매점에 저희 플랫폼을 제공하고 싶어요. 소매점에 온 손님들이 퍼플독 추천 시스템을 통해 와인을 고르게 하고, 와인에 대한 콘텐츠도 얻어 가는 거죠.

가격 대비 근사한 와인이 참 많은데 정보가 부족해서 아무 와인이나 구매하시는 걸 보면 참 안타까워요. 소비자의 선택을 밀착해서 돕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퍼플독 앱도 개발 중입니다. 5년 안에 국내 와인 소매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싶어요. 앞으로 3년 내 구독 스타트업 최초로 유니콘 기업이 되는 게 제 꿈입니다.”

Friday, October 8, 2021

딜러룸

 ※편집자 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브렉시트)로 초래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잦아들고 위험선호 현상이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달러-원 환율은 1,100선마저 뚫고 내려서면서 지난해 5월 1,090.1원(종가기준)을 찍은 이후 14개월만에 최저 수준까지 주저앉았습니다. 글로벌 유동성이 넘쳐난 결과입니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희석된 가운데 주요 선진국의 통화완화 정책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달러-원의 하락 재료만 더 쌓여가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매집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올랐습니다. 인포맥스는 국내 주요 은행과 증권사의 외환딜링룸에서 일하는 '주포'들이 주요국의 돈풀기로 촉발된 환율 전쟁을 어떻게 진단하고 대응하는지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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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개인이 한 조직에 녹아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조직 간 융합은 더욱 지난한 일이다. 그러나 옛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으로 새출발한 KEB하나은행의 외환딜링룸은 통합의 효과를 톡톡히 드러내고 있다.

안형준 KEB하나은행 차장은 2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1 더하기 1이 2에 그치지 않는 시너지 효과는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는 입행 후 딜러로서 지금까지 성장했던 배경이 행운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옛 하나은행 신입 행원으로 지방 공업단지 지점에 배치돼 수많은 기업체들을 상대하며 선물환 거래를 '바닥'에서부터 배웠고, 2003년 행내 공모를 통해 딜링룸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도 백오피스와 세일즈 업무를 잇따라 거치며 외환파생상품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안 차장은 "2009년 영업부서와 트레이딩 부서가 합쳐지면서 달러-원 주니어 딜러로서 경력을 처음 시작했다"며 "영업 일선에서 고객들의 마인드를 알고서 접근하는 것이 딜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입지가 마냥 운이 따라서 된 것만은 아니다. 영업을 통해 쌓은 겸양의 덕은 시장에 맞서지 않는 딜러로, KEB하나은행의 통합 딜링룸의 첫 주포로 자리매김하는 데에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변동성 장세에서도 "통합 이후 과거보다 거래량이 훨씬 늘면서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고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설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는 하반기에 달러-원 환율이 미국의 임금 상승률과 물가상승률 변화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에 주목할 것이라며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더라도 도드라진 상승세는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안형준 차장과 일문일답.

--KEB하나은행 딜링룸 통합 경과는

▲딜링룸은 통합 이전 옛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쟁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차원에서 거의 인력 변동 없이 합쳐졌다. 작년 9월 법인통합 출범 후 전산시스템이 합쳐지기까지 이원화 형태로 운영돼오다 지난 6월 통합전산 개발도 마쳤다. FX트레이더 39명, 세일즈 25명의 인력이 이제는 시너지를 내며 강해질 일만 남았다.

--변화의 장점을 꼽는다면

▲과거 하나은행은 파생상품, 외환은행은 FX플로우 등 각자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통합으로 서로가 가진 장점과 노하우를 모두 가지게 된 셈이다. 트레이딩을 하다 보면 상상력이 필요한데 거래가 늘면서 시장 수급 상황을 더욱 확대해 볼 수 있으니 생각의 여지가 넓어진 것도 시너지 효과라 볼 수 있다. 또 개인적으로 스팟을 메인으로 하지만 FX스왑도 하고 상관관계가 큰 아시아통화를 중심으로 이종통화 헤지 거래도 하는 등 운신의 폭도 커졌다. 또 두 은행에 중복됐던 고객들이 한 쪽으로 합쳐진 경우도 있겠지만 1 더하기 1이 항상 2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변동성 장세에도 효과를 경험했나

▲최근 시장이 오버나이트 포지션을 많이 지고 갈 수 있는 장은 아니다. 다만 변동성이 크다 보니 장중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옛 하나은행은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고 적정 수익률에 중점을 뒀다. 그런 측면에서 외환은행과 통합하면서 가장 집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부문이 외환파생 쪽이 아닐까 싶다. 조직에서도 비이자수익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현재 시점으로 수익은 작년 대비 준수하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연내 한차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 그러나 연준이 균형 잡힌 스탠스를 취하며 시장에 최대한 충격이 완화하도록 하고 있고,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도 경쟁적 통화 절하를 자제하자고 재확인했다.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가 통화가치 약세를 유발하기보다 재정정책을 지원하는 추세인 점에 비춰 각국의 경기 부양 기조가 연준 금리 인상과 더불어 달러 강세를 강하게 촉발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미국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더라도 추후 인상 속도가 제한된다면 글로벌 달러 강세가 다시 이어지기보다는 기존 박스권 하단에서 하방 경직성을 주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주목하는 지표는

▲하반기엔 여전히 미국 금리 인상과 향후 인상 속도를 예상하며 미 경제지표를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양적완화 종료 후 금리인상을 가늠하는 현 시기에선 고용지표의 양적인 측면보다 고용의 질 향상과 인플레이션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임금 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을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아베 내각의 경제부양책에도 엔화는 약세로 복귀하기 어려워 보인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추가 완화 카드를 들고나온 유럽중앙은행(ECB)에도 움직임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G20이 통화절하 정책을 자제하자고 요구한 것도 있어 달러 강세를 크게 자극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딜러 입문 계기는

▲운이 좋았다고 본다. 하나은행 입행 직후 대구 성서기업센터 지점에 배치됐다. 대규모 공단이다 보니 업체가 많았는데 당시 선물환 거래를 맡게 돼 딜링룸에 전화해서 레이트를 받고 확정해 전달하는 식의 업무도 했다. 지금은 직거래 영업부 쪽이 담당하던 업무를 지점에서 하면서 외환 업무 쪽에 관심을 두게 됐는데 마침 2003년 말 처음으로 행내 인력 공모를 했다. 그때 뽑히면서 먼저 백오피스에서 시작해 경험을 쌓고 1년 뒤에 세일즈로 가게 됐다. 4년 반 정도를 외환파생 영업을 하던 중 리먼 사태가 터졌는데 그때 또 큰 경험을 하게 됐다. 이후 2009년 은행에서 영업부서와 트레이딩부서가 합쳐지면서 달러-원 주니어 딜러로 처음 시작했다. 당시 세일즈 경험 덕분에 고객들의 마인드를 알고 딜링을 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 그런 배경에서인지 행내 영업부서와 운용부서의 교차발령도 비교적 많은 편이다.

--좋은 딜러의 자질은

▲유연한 사고와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자기 기준(view)이 있어야 한다. 냉철함과 결단력도 필요하다. 또 손실에 대한 스트레스를 스스로 제어하고 감내할 수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손절매도 중요하다. 손실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기대 심리로 이를 미루는 것은 냉정히 따지자면 자기 합리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 합리화를 이겨내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는 루틴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매일 절제된 생활을 하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체력도 받쳐줘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면 정말 어려운 직업처럼 느껴진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http://news.einfomax.co.kr)

Sunday, September 5, 2021

노인 50억 사기

 혼자 사는 '땅 부자' 찾아온 남성들.....자신도 모르는 '배우자' 김 씨


20년 넘게 컨테이너에 사는 노인이 있다. 서울 양재동과 성내동에 50억 원대 땅을 보유한 67살 한 모 씨, 친지도 연락되는 사람도 없이 혼자 주차장을 운영하며 살고 있었다. 물려받은 자산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그는 이른바 땅 부호였다. 주변인들은 그가 사업을 정리하고 1992~3년쯤 이곳에 머무르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2015년 1월 말쯤, 국가 정보기관 요원이라는 남자 서너 명이 한 씨가 살고 있는 컨테이너를 찾아왔다. "안기부 직원인데..." 한 씨는 이유를 모르지만, 안기부를 두려워했다. 전기충격기를 갖고 온 사내들에게 한 씨는 제압당했다.

남성들이 한 씨를 덮치기 보름 전쯤, 한 씨는 갑자기 결혼을 하게 됐다. 결혼 상대는 한 씨와 일면식도 없는 61살 김 모 씨. 김 씨가 한 씨의 인감도장을 몰래 파고, 증인 2명을 대동해 서류상 혼인신고를 낸 것이다.

허위 혼인신고를 낸 사람도 60대 어르신.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이대면서 인적사항과 증인 2명의 전화번호도 실제로 기재하면서 혼인신고를 내니 공무원도 깜빡 넘어갔다. 그렇게 불현듯 한 씨에게는 배우자라는 법률대리인이 생겼다.

'배우자'로 둔갑한 김 씨조차 한 씨를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상태였다. 김 씨는 주범 45살 정 씨가 "일이 잘 끝나면 빌라 한 채를 주겠다"는 말에 넘어갔다. 김 씨는 정 씨 부동산 투자회사의 정직원은 아니지만, 심부름을 해주며 안면이 있던 사이였다.

김 모(61) 씨는 ‘빌라 한 채’를 받기 위해 한 씨와 일면식도 없이 허위 혼인신고를 했다.김 모(61) 씨는 ‘빌라 한 채’를 받기 위해 한 씨와 일면식도 없이 허위 혼인신고를 했다.

"50억대 땅 부자가 혼자 산다는데...."

부동산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주범 정 씨는, 한 씨의 소식을 자신의 회사 직원에게 전해 듣게 된다. 회사 직원 박 모(59) 씨 등 3명은 한 씨 근처 오피스텔에 사는 박 모(57) 씨에게 말도 안 되는 말을 들었다.

내용인즉슨 "50억 원대 땅을 가진 홀몸 노인이 있는데, 정신이 온전치 않다. 가족도 없고 연고도 없는 사람이라 그가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 쓸 사람이 없다. 안기부 직원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또 "경계심이 많아 아무하고도 친하지 않은데, 오피스텔 건물주라고 자신을 소개했더니 이런저런 말을 해줬다"고도 했다.

이 말만 듣고 어떻게 '작전'을 짰을까. 박 씨에게 말을 들은 직원들이 사장 정 씨에게 보고했다. 전해 들은 정 씨조차 반신반의했지만, 걸린 돈이 50억 원이니 솔깃해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2년이 지나 경찰에 덜미를 잡혀 진술할 때도 "설마 진짜 그 말처럼 될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한 씨는 현재도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땅이 팔리거나 자신이 ‘결혼’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피해자 한 씨는 현재도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땅이 팔리거나 자신이 ‘결혼’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알고보니 땅주인은 조현병 환자

한 씨 땅이 넘어가는 것은 일사천리였다. 2015년 1월 '정보기관 요원'들은 국가 비밀 사업이라며 한 씨의 정신을 홀딱 빼놓았다. 조현병을 앓던 한 씨는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로 땅문서에 도장을 찍어 일당에게 넘겼다.

정 씨 등 6명은 2015년 2월 35억 원 상당의 양재동 토지를, 같은 해 4월 15억 원 상당의 성내동 토지를 제3자에게 모두 팔아넘겼다. 세금 등을 모두 제하고 손에 쥔 돈은 30억 원가량. 적당히 서로에게 나눴다.

생각보다 싱겁게,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돈을 가로채는 데 성공하자 뒷감당이 어려웠다. 일단 한 씨가 지내는 땅이 다 넘어갔으니 당장 한 씨를 컨테이너에서 꺼내와야 했다. 마침 팔아넘기기 전인 모텔이 하나 있었다. 적당한 말로 둘러대며 한 씨 손을 묶어 차에 태워 충북의 한 모텔로 데려갔다. 감금의 시작이다.

사진 출처=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사진 출처=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7개월의 감금생활 그리고 정신병원 강제입원

충북 등지의 모텔 2곳과 빌라 1곳에 한 씨를 7개월가량 데리고 다니며 사실상 감금을 시켰다. 2015년 4월 무렵부터 12월이 될 때까지 한 씨를 방에 가두고, 바깥에서 잠금장치로 한 씨가 나오지 못하게 막아놨다.

이동할 때, 그리고 한 씨가 머무를 장소 등에서 감시책 역할을 할 공범이 2명 늘어났다. 이렇게 일당은 8명이 됐다. 새로 끌어들인 이들에게 운전도 시키고 입막음도 하면서 한 씨 감금에 동원했다. 식사 등은 서류상 배우자인 김 씨가 담당했다.

쉽게 가로챈 돈이라 그럴까. 투자회사 사장 정 씨는 다른 곳에 투자하다가 돈을 모두 잃고, 나머지 공범들은 강원도 모처에서 도박 등 유흥비로 짧은 시일 안에 돈을 탕진했다. 30억 원이 금세 증발한 것이다.

돈이 없어지니 갈등이 생겼다. 일단 '빌라 한 채를 받기로' 했던 가짜 배우자 김 씨는 더 이상 한 씨에게 식사 등 수발을 드는 데 질렸다. 약속했던 빌라도 받지 못한 상황. 내분이 생겼다. 또 몇 사람씩 당번을 정해 감시를 하면서, 공범들도 더는 못 하겠다면서, 주범 정 씨에게 돈을 계속 요구했다. 정 씨도 투자 명목으로 돈을 지출하고 남은 돈이 없는 상황. 이들의 결속력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정신병원 입원 기록과 허위혼인신고 서류 등이 놓여 있다.정신병원 입원 기록과 허위혼인신고 서류 등이 놓여 있다.

법적 보호자된 '배우자'

정 씨 등은 이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정신이 온전치 못해 보이는데, 서류상 배우자인 김 씨를 법적 보호자로 내세워 한 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전북의 한 정신병원에 찾아가 한 씨를 입원시켰다.

전문의 판단은 조현병. 세간에는 조현병이 정신분열증이나 폭력성을 띠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현병의 증세는 여러 분야에 걸쳐져 있다. 우울함이나 아무 관련 없는 어떤 대상에 대한 공포심, 또는 정신지체 등. 한 씨 증세도 이런 종류 가운데 하나였고 정신병적으로도, 그리고 '법적 보호자'의 동의 여부도 입원에 문제 될 것이 없었다.

2015년 12월, 한 씨는 그렇게 정신병원에 입원한 채로 쓸쓸히 지냈다. 문제라면 문제랄까. 정신보건법상 환자는 한 병원에 6개월을 초과해서 머무를 수 없게 돼 있다. 보호자가 다시 와서 입원기간을 연장하든지, 다른 병원을 옮기든지 하는 조치가 필요했다. 한 씨는 2016년 4월 15일에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2016년 10월에 다시 처음 입원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다시 6개월이 지난 2017년 4월 무렵. 한 씨가 병원을 옮겨야 하는 시점이 돼 법적 보호자 김 씨가 병원에 등장하던 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관들이 들이닥쳤다.

사건의 주동자 정 씨가 대전의 모처에서 검거됐다.사건의 주동자 정 씨가 대전의 모처에서 검거됐다.

'서울→충청→전북', 2년의 공백...8명 어떻게 잡았나?

2015년 4월 한 씨는 원래 살던 서울을 떠나 충청 지역을 돌며 7개월간 감금 생활을 하고, 직후 1년 4개월가량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전에도, 그 이후에도 한 씨와 연락이 닿았던 사람은 전혀 없는 상황. 경찰은 어떻게 이들을 잡았을까.

2017년 3월 무렵. 첩보를 입수했다. "정신은 온전치 않았지만, 땅에 대한 집착 하나는 대단했던 홀몸노인이 있는데, 영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그 노인이 보이지 않는 데다, 친지도 없는데 그가 살고 있던 곳에 공사가 진행되더니 건물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입주했다"는 말이 경찰의 귀에 들어왔다.

24년 정도를 혼자 컨테이너에서 살던 60대가 행방이 묘연하고, 그 자리에 택지가 개발됐다는 얘기. 수사에 착수했다.

실마리는 한 씨와 허위 혼인신고를 했던 김 씨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방식으로 수사한 끝에, 한 씨의 병원 연장 일자 정보를 입수한 경찰은 김 씨가 병원을 갔던 2017년 4월 어느 날, 김 씨 앞에 등장했다.

법적 보호자 신분이기도 했던 김 씨는 한 씨 정신병원 입원도 계속해서 '챙겨야' 하는 입장으로서 불만도 많았다고 한다. 그를 통해 주범 등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곧바로 주동자 정 씨 등을 찾아내 붙잡았다. 지난 2년간 공범들로부터 시달림을 많이 받았다던 그는, 이미 사건의 전말을 알고 등장한 경찰에게 진술하면서 혐의와 관련한 내용을 부인하지 않았다.

경찰은 일당 8명을 4월과 5월에 걸쳐 모두 검거하고, 4명을 구속, 4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를 마쳐 검찰에 송치했다. 그중 주범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은 사실 6명이었다. 운전기사나 단순 감시책을 맡았던 2명을 사건의 종범으로 보고 불구속 입건했다. 주범 6명 중 2명은 이미 다른 사건에 엮여 구속돼 검찰에 넘어가 이번 사건으로 따로 구속할 필요가 없었다.

땅주인 한씨는 빈털털이....여전히 정신병원에

정신질환이 있는 홀몸노인의 전 재산 50억 원을 가로채고 납치, 감금해 7개월을 끌고 다니고서 정신병원에 1년 넘게 강제로 입원시킨 일당이 모두 붙잡혀 검찰에 넘어갔다. 형사 사건으로서 경찰이 할 일은 마친 셈이다. 그들의 혐의는 검찰이, 그리고 이후 재판과정에서 죄명으로 바뀌고 벌 받을 것이 있다면 받을 것이다.

한 씨는, 여전히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갈 곳도, 한 씨를 보호할 인물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경찰 측은 즉시 한 씨의 법적 보호자를 가짜 배우자이자 사건의 공범인 김 씨에서 한 씨 거주지를 담당하던 지방자치단체의 장(구청장)으로 바꿨다. 그러나 모든 재산을 잃은 한 씨는, 보호자도, 집도, 생활비도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정 씨 등이 가로채 간 돈은 이미 수년 전 여러 사람을 거쳐 거래가 완료된 상황. '모르고 한 거래', 즉 선의의 거래라면 환수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이미 택지 개발도 완료되고, 입주자도 들어선 상황에서 환수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 도박이나 유흥비로 이미 탕진한 지도 시일이 지난 상황이라 범죄 수익금을 환수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정신질환이나 노령으로 법률적인 행위 능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홀몸노인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 재산을 노린 범행 또한 증가추세라며, 비단 한 씨만의 일이 아닐 수 있음을 우려했다. 또한 성년 제도나 법률 행위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더욱 촘촘해질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경찰은 경제적 기반을 모두 잃은 한 씨의 치료 및 생계비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하면서, 앞으로 한 씨에 대해 민사상 후견 제도, 피해회복 등을 위한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