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ugust 13, 2014

우리는 섹스를 해야 한다

16살의 어느날, 나는 미용실에서 네일을 받고 있었다. 용감하게도 오렌지색 매니큐어를 고른 후 책을 읽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안 돼서 훨씬 더 재밌는 일이 나를 솔깃하게 했다. 다름이 아니라 옆의 두 여자가 발 관리를 받으면서 주고받는 이야기였다. 즉, 자기의 남편들은 얼마나 '그걸' 하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반면에 자신들은 '그걸' 별로 하고 싶지 않은지'에 대한 대화였다.
아직 데이트도 한 번 안 해본 나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놀라운 세계의 이야기였다. 잘 들어 보니 이제까지 내가 미장원에서 몰래 읽던 '코스모폴리탄'에 나오는 남녀관계 기사보다 이 사람들의 말이 훨씬 신빙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잡지에는 어디에 어떻게 뭘 넣으라는 것에 대해 주로 많이 적혀있었다) 책을 보던 눈은 희미해졌고 대신 나는 그들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내가 맨날 얼마나 힘든지 모르나? 애들 재우고 나면 편하게 앉아서 TV 볼 힘 말고 뭐가 남겠어?""내 경우엔 힘이 달려서도 아니야. 지금도 출산 후 몸무게를 조절 중인데 나 스스로 섹시하게 안 느껴지는 걸 어떡하니? 거울에 비친 내 알몸을 내가 보는 것도 쑥스러운데 남편 앞에서 옷 벗는 건 어떻겠어? 나는 별로 느끼지도 않는 성욕을 느끼길 바라는 건 이기적이라고 생각해.""이기적? 진짜 맞는 말. 집에 돌아와서 애들 좀 돌보든지 저녁을 만들든지 하면 또 몰라. 슈퍼에 들려서 우유 한 번 사오는 일이 없어요. 내가 바라는 건 그렇게 큰 게 아니라고. 지금 생각해 보니까 마지막으로 그걸 한 게 3주는 되는 거 같네."
"그래? 우리도 2주는 되는 것 같아."
잠깐. 이 여자들은 결혼한 상태였고... 같은 침대에서 자는... 남편이 있지 않았나? 맨날 섹스할 수 있는? 그런데 안 한다고? 뭔가 이해 불가였다. 그들의 행동은 엄청나게 맛있는 칼로리 없는 초콜릿 케이크를 사양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왜냐면 내가 아는 남녀 관계 전체는 책 '물랑루즈'나 '빨강머리앤'에서 배운 것이 다였으니까)
그 여자들이 너무 슬프고 한심하고 바보 같아 보였다. 그리고 난 다짐했다. 내가 결혼하면 남편과 늘 섹스를 하고 싶어 할 거라고! 그리고 절대 피곤해하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우유는 또 무슨 소리? 나를 사랑한다는 걸 우유 한 통 들고 오는 걸로 입증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여자 아니랄까 봐 무슨 심부름으로 남자의 사랑을 시험해 보려고 한다니까... 마지막 매니큐어를 손에 바를 때쯤 나는 그 여자들을 절대 닮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했다. 내 인생은 다를 것이라고.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절대 너무 힘들어하지 않고 살이 찌지 않을 것이다. 절대!
그리고 난 어른이 되었다.
성관계, 성교, 사랑의 행위, 섹스! 무슨 말로 표현했든 16세의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섹스는 더 좋았다. 라일리와 결혼한 후 엄청나게 많이 했다. 그런데 아기를 낳고 나니 뼛속까지 느껴지는 피곤이 엄습했다. 또 한동안은 살이 많이 찐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출산 후 원래 무게로 돌아왔지만 모든 게 불균형처럼 느껴졌다. 햇볕에 너무 오래 방치된 꽃처럼 말이다. 아름답긴 하지만 약간 시든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점점 그이와 멀어졌고 대화나 키스도 없이 따로 잠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서로 피부를 맞댄 지 8일이 넘었다. 적어도 우리 둘 사이에 8일은 상당히 긴 시간이었다. 그런데 정작 내가 놀란 이유는 그런 육체적인 행위를 내가 별로 아쉬워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 점이 문제라는 걸 난 직감했다. 그래서 그날 밤, 아기를 재운 후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섹시한 눈짓으로 라일리에게 신호했다. 물론 매우 피곤했고 나 자신이 영화 메리 포핀스에 나오는 노래, '새에게 먹이를(Feed The Birds)'을 부르는 할머니만큼 덜 섹시하게 느껴졌지만,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16살의 내가 20대의 내가 잊은 무언가를 알고 있었을 거라는 믿음. 그리고 그런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이 의미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자 그럼 서론은 이만하고 남편과 매일 섹스를 해야 하는 5가지 이유를 소개한다.
1. 여성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가 엄마다. 하지만 엄마 역할에 너무 치우치다 보면 여성의 아름다움을 잃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돌보다 보면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잊게 되는 때가 있다. 나의 하루는 주로 인형 놀이, 옷에서 음식 떼어내기, 기저귀 갈기, 옷에 묻은 콧물 닦기, 아기와 공원 가기, 그리고 '도대체 이게 뭐야'라고 말하며 옷에서 오물을 닦는 것이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사랑하는 그이와의 키스는 일종의 회복제로 작용할 수 있다. 어떤 때에는 라일리 팔에 안겨 있으면 내가 누구였는지를 기억하는 때가 있다. 나는 요리사이자 청소부며, 선생님이자 모든 더러운 걸 닦는 사람이지만 이런 역할 이상으로 훨씬 멋진 사람이다. 즉, 나는 여자다! 나는 가능성, 깊이가 있는 여자며 이렇게 말하자면 약간 쑥스럽지만, 키스도 잘한다. 다른 사람의 손길로 나를 되찾는 건 꽤 기분 좋은 일이다.
2. 남편이 남자답게 행동하기를 바란다면 그를 남자답게 대우하라. 1950년대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밑위가 짧아 엉덩이가 보이는 로라이즈진이 없던 어떤 시절로든 돌아가는 건 언제나 찬성이지만 말이다) 여성이 사랑을 느끼기 위해선 다양한 조건이 성립되어야 한다. 남자는 단순하다. 그들은 먹고 인정받고 섹스를 하면 된다. 그게 다다. 그러니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싫으면 배달을 시켜도 된다. 온종일 일하고 돌아오는 남편을 미소와 포옹으로 반겨라. (더 좋은 방법은 미소를 듬뿍 짓고 안고 있던 아기를 남편에게 건넨 후 잠깐 휴식을 취하라) 그리고 그 불쌍한 인간에게 당신의 알몸을 보이라. 사랑을 듬뿍 주는 착한 아내를 위해 착한 남편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놀랄 것이다. 몇 주 동안의 맛있는 식사와 섹스 이후 아마 왜 내가 진작 매일 섹스를 안 했지 하며 자신에게 물을 것이다. 작은 투자 대비 큰 이윤이 바로 이런 것이다.
3. 둘 만의 시간이 매일 있어야 한다. 옛날 그 소년을 기억하나? 가슴을 뛰게 하고 손에 땀이 나게 하던 그 남자? 애타게 기다릴 때 전화해주고 또 뜨겁게 달궈주던 그 남자? 그 남자는 아직도 당신 곁에 있다. 세월의 흐름과 고지서에 걱정하지만, 아직도 미소를 머금은 그 소년은 미소를 띤 소녀를 필요로 한다. 아이들을 재운 후 밤마다 다시 그 소년을 찾을 기회가 생긴다. 울타리 쳐진 둘의 모험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둘이 함께라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라.
4. 섹스는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걸 굳이 설명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엄마로서 나는 스트레스에 찌들어 산다. 그러니 나에게는 몇 가지 선택사항이 있다. 스트레스 해소로 A) 밤에 차를 미친 듯이 몰고 다니며 남의 우체통을 들이받아 부수던지 B) 나와 결혼한 그 한 남자와 열렬하게 섹스를 하는 거다. 당연히 B를 선택한다. (우리 동네 우체통이 아직 아무렇지 않을 걸 보면 B의 작전이 성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5. 섹스는 정말로 재밌다. 정말로. 우리는 삶에 이로운 것들을 오히려 너무 급하게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섹스를 매일 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으면 왜 미친 사람 보듯이 하는 걸까? 날 도대체 뭐로 보는 거야? 색정광 여자?
이런 논리가 옳다고 생각되나?
설거지가 너무 많아 섹스처럼 이롭고(셰익스피어가 작품의 감명을 어디서 받았겠는가) 역사를 좌우하는(그리스 신화 헬레네의 불륜) 행위를 할 시간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그렇게 사는 것은 옳지 않다. 여성 동지들, 우리야말로 매일 섹스할 권리가 있다고 뒤집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누구든 섹스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니 오늘 밤에 아이들 재운 후, 싱크대의 설거지거리도 청소기 돌리는 것도 다 잊어라. 나중에 해도 상관없다. 자신이 그 옛날 되고 싶었던 소녀라는 걸 기억하고, 남편에게 당신이 바랬던 바로 그 남자라는 걸 알려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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