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ugust 15, 2014

지하철 2호선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는 여성들이 위험하다. 최근 4년 연속 지하철 2호선에서 성범죄 발생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에는 상반기 집계에만 이미 546명의 성추행범이 검거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지하철에서 붙잡힌 성추행범의 81%에 달하며, 2007년과 2008년 각각 적발된 성추행범 549명과 460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서민의 발이라 불리는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범죄. 지금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취재했다.

여성 노출 심해지는 여름철, 지하철 성추행 범죄 증가세
서울 지하철 2호선 변태 ‘득실득실’ 추행법도 ‘가지가지’


‘서민의 발’로 불리는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 이용객들이 몰리면서 ‘지옥철’이라는 별칭으로 불린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늘어나는 지하철 내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는 지옥철 대신 ‘변태철’이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특히, 올해 들어 지하철에서 여성의 몸을 만지거나 특정 신체부위를 몰래 카메라로 찍는 행위를 한 성추행범 검거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붙잡힌 성추행범은 30대 직장인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범행은 출퇴근 시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뿌리깊은 지하철 성추행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 경찰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성폭력범 검거 건수는 546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성폭력범 검거 건수(671건)의 81%에 해당하고, 2007년과 2008년 각각 적발된 성추행범 검거 건수 549건과 460건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경찰에 붙잡힌 성추행범들의 추행 행위는 매우 다양하다. 여성 뒤에 몸을 밀착시키고 여성의 귀에 바람을 불어넣는가 하면 손으로 가슴, 엉덩이 등 신체 일부를 직접 만지기도 하고, 성기를 발기시켜 엉덩이에 비비기도 한다.

최근에는 카메라폰과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등의 대중화로 인해 여성의 치마 속이나 다리 등을 촬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7월에는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이 지하철역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월23일 오후 6시50분께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출구 계단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을 뒤따르며 치마 속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영국인 J(28)씨가 체포됐다.

당시 휴대폰을 이용해 여성들의 다리를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던 J씨는 주변의 시선을 느끼지 못할 만큼 집중(?)하고 있었지만 이 모습을 본 목격자들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휴대폰을 들고 여성의 뒤를 따르다 경찰을 보고 카메라를 급히 감추는 J씨를 발견했고, 그의 휴대폰에는 여성의 치마 속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여러 편 저장되어 있었다.

결국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J씨는 강남경찰서와 서울지하철수사대에 의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평범한 회사원 양모(37)씨와 최모(26)씨는 고전적인 방법(만지고, 비비는)의 성추행으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양씨는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골라 뒤에 바짝 붙어 탑승한 뒤 엉덩이와 허벅지 등을 만지는 방법으로 추행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어 최씨는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 2호선에서 여성의 등 뒤에 서서 몸을 완전히 밀착시키고 자신의 성기를 여성의 엉덩이에 비비는 등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추행을 벌이다 현장에서 붙잡혔다.

2호선은 아니지만 유동인구가 많아 늘 혼잡한 4호선 명동역도 성추행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실제 명동역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여성들의 치마 속은 물론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있는 여성들을 촬영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에 붙잡힌 고모(34)씨는 가방 내에 디지털 카메라를 부착해 몰카를 찍는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하철 역사 내 화장실이나 여자고등학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119회에 걸쳐 여성들이 용변을 보는 모습을 촬영했다.

그런가 하면 올해 역시 성추행범이 가장 많이 검거된 노선은 2호선으로 집계됐다. 2호선의 성추행범 검거 건수는 총 314건으로 기록됐으며, 이어 1호선(87건)과 4호선(72건), 7호선(18건) 순으로 성추행범 검거가 이루어졌다. 지하철역 중에서는 사당역에서 가장 많은 성추행범이 검거됐다. 사당역에서 검거된 성추행범은 86명으로, 서울역(70건), 서울대입구역(60건), 교대역(47건), 신도림역(25건) 등을 앞섰다.

범행은 물론 출퇴근 시간에 몰렸다. 특히, 오전 8~10시 234건으로 가장 많은 범행이 발생했고, 오후 6~8시 사이에는 115건의 범행을 기록했다. 성추행범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30대가 246명으로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20대는 145명, 40대는 104명을 기록했으며, 50대 이상의 성추행범도 41명이나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직업은 대부분 회사원(266)인 것으로 드러났고, 무직(115명)에 이어 학생(45명), 종업원(34명) 순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공무원과 군인도 각각 5명, 3명 검거됐다.

지하철경찰대 관계자에 따르면, 성추행범들은 경찰에 붙잡히면 대부분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범행이었다고 진술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승강장에서 대기하다가 범행 대상을 발견하면 함께 지하철에 올라타 추행한다.
2호선, 30대 변태 천국
이어 매년 지하철 성추행범 검거 건수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 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단순하게 성추행범이 늘어났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성폭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피해자들이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피해사실을 알리는 경우가 많아졌고, 경찰 역시 적극적으로 단속을 펼치고 있어 성추행 현행범 체포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해당 관계자는 “신도림, 사당, 교대 등 주요 환승역과 사무실이 밀집한 강남 지역을 통과하는 2호선의 신도림~잠실 구간에서 성추행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면서 출퇴근 시간 이 구간을 이용하는 여성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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