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ugust 3, 2014

동부금융네트워크의 행패

동부금융네트워크의 인턴사원이 입사 불과 4개월 만에 실적압박으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일부 증권사들이 인턴에게 실적을 강요하다 당국의 조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한 쥐어짜기 식 강요가 계속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 불광동 원룸에서 동부금융네트워크 인턴사원 최모씨가 실적 스트레스로 인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평소 직장 스트레스로 힘들어 했다는 유족의 진술과 현장 및 사체상황 등을 종합해 자살로 잠정 결론냈다”고 전했다.
최 씨는 지난 1월 동부금융네트워크의 ‘핵심인재 양성 프로그램-통합금융 시즌2 인턴십 과정’에 합격했다. 동부금융네트워크는 동부그룹의 화재·생명·증권·자산운용·캐피탈·저축은행 등 6개 금융 계열사의 통합브랜드다.
최 씨는 합격 후 동부금융네트워크의 동부생명, 동부화재, 동부증권의 전문가 기초과정을 이수한 뒤, 실무과정의 일환으로 올해 3월부터 강남지점에 배치됐다.
회사측은 인턴들에게 월 100만원 고정지급 및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지급하면서 1년 간 성과에 따라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전했다. 남들보다 금융관련 자격증이 많았던 최 씨는 지인들을 대상으로 CMA, 연금 등 보험상품을 팔면서 준수한 실적을 거두었다.
최 씨에게 이상이 생긴 것은 3월 중순께의 일로, 최 씨는 위 천공 수술을 위해 2주간 병가 후 업무에 복귀하면서 홀어머니와 누나에게 업무스트레스를 토로했다. 동생이 걱정됐던 최 씨의 누나가 4월 19일 최 씨의 원룸을 찾았을 때 이미 최 씨는 싸늘한 주검이 돼 있었다.
일각에선 인턴십 제도가 기업들의 저급여 인력착취의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소증권사에서는 1년 이하 단기간에 싼 맛에 부려먹으면서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정규직 못지않은 업무강도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부금융네트워크의 인턴십 프로그램은 근로자를 모집한 것도 아니었다. 여타 대기업들이 인턴을 뽑을 때 최소한 비정규 계약직 계약을 맺어 직접 고용하고 사내 복지혜택을 일부 제공하는 것과 달리 동부금융네트워크는 인턴들을 외부 날품팔이처럼 운용했다.
최 씨 등은 이름은 인턴사원이었지만 실제로는 회사에 소속된 사원도 아니고 고용된 것도 아니다. 대신 동부금융네트워크는 최 씨 등 인턴들을 일반 생명보험 설계사처럼 개인사업자(특수고용직)로 계약했다.
개인사업자로 회사와 계약하면 노동자로서 법적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해 고용안정성 및 4대 보험을 보장받지 못한다. 반면 회사 측에서 실적저하나 기타 이유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동부금융네트워크는 인턴을 모집할 때 ‘업계 유일의 정규직 전환형 제도’, ‘준신입사원 육성 프로그램’이라고 홍보했다.
동부금융네트워크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해 “실제로는 금융상품 영업을 하는 보험설계사를 모집한 것”이라며 “다만 트렌드에 따라 인턴이란 용어를 썼다”고 전했다.
동부금융네트워크는 지난해 출범 당시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금융’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인간적이고 친근하며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을 생각하는 금융회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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