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15, 2021

가습기 사태 무죄

 실제 피해 사례 있는데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가습기넷 “끝까지 싸워나갈 것”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에스케이 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를 받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가 해당 선고 결과를 부정하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억장이 무너진다는 표현밖에 안 나옵니다. 너무 힘이 빠지고 막막하다는 생각만 들어요.”

12일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에스케이(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된 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손수연(45)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막막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손씨는 출산을 한 달 앞둔 2004년 12월부터 약 5개월 동안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다. 손씨는 자신과 남편, 아이 모두 폐섬유화와 천식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가습기메이트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만든 가습기살균제로 에스케이(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했다. 2016년 1차 수사에서 검찰은 옥시싹싹 등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성분 들어간 제품을 제조·판매한 업체 주요 관계자를 기소했지만, 시엠아이티와 엠아이티 성분은 독성 유발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후 시엠아이티·엠아이티 성분 역시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해당 성분을 원료로 만든 가습기살균제를 유통한 이들도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씨는 “2016년 1차 수사 당시에는 내가 사용한 제품 가습기메이트 제품은 증상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발표를 믿었다”며 “그런데 왜 나와 내 아이 몸에는 이런 피해가 나타나는지 의문이 들 뿐이었다”고 말했다. 2018년 손씨는 천식 방지와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복용했던 약때문에 아이가 신경정신계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을 찾았다. 같은 해 11월 에스케이케미칼과 애경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고소·고발장 접수에도 참여했다.

손씨는 “2016년 1차 수사 당시에는 가습기메이트와 관련 증상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발표를 믿었다”며 “그런데 왜 나와 내 아이 몸에는 이런 피해가 나타나는지 의문이 들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8년 아이가 천식 치료를 위해 복용했던 약 때문에 신경정신계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자, 손씨는 더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을 찾았다. 그는 2019년에 진행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재판을 모두 보느라 일주일에 두세번은 서울중앙지법에 갔다. 재판이 10시간 넘게 진행돼 새벽에 끝날 때는 피고인과 해당 기업 직원, 변호사 등과 함께 걸어 나오는 게 고역이었다고 한다. “나만 빼고 다 같은 팀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어요. 그래도 피해를 입증하려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서, 나라도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에 매번 갔습니다.”

2017년 이후 24시간 산소공급기를 착용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순미(51)씨도 “이들이 무죄라면 실제 피해 사례들은 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며 오열했다. 조씨는 “제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 증거인데, 그 증거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사법부나 가해 기업, 정부를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부터 2010년 2월까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과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고, 2009년 말 발작과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 후 천식과 독성간염 등을 앓고 있다.

“가습기살균제를 둘러싼 여러 과정을 지켜보면서 더 분노하게 됐다”는 조씨는 수차례 1인 시위 등에 참여했다. 시위할 때 늘 9㎏ 무게의 산소공급기를 메고 다녀야 하는 탓에 2018년 말부터는 허리 디스크도 생겼다. “담당 의사는 시위에 가지 말라고 말리지만, 가만히 있으면 해결되는 게 없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맞설 겁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가습기살균제 원료 제조·판매업체인 에스케이 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필러물산 전 대표와 임직원 17명에게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폐질환·천식 발생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와 피해자들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심에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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