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15, 2021

주식 과열


골드만삭스의 얀 해지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조만간 증시가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13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그는 지난주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직후 인터뷰에서 "증시와 채권 시장이 조만간 호흡을 다소 길게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지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미연방준비은행(연준)이 경기부양책의 점진적 축소(테이퍼링) 가능성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며 "초저금리도 중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지난해 3월 말 이후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모두 70% 가까이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80% 이상 급등했다.

지난주 미 재무부의 10년물 국채의 수익률도 1%를 넘어섰다. 전날 수익률은 1.18%를 기록했다. 조지아주의 상원 결선투표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고 조 바이든의 대통령 선거 승리가 확정된 결과다.

미 재무부의 국채 수익률은 전 세계 모든 채권의 기준치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기업 재정에 부담을 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연준의 테이퍼링은 경제에 투입되는 자금이 줄여 지난 2013년처럼 증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다만 해지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증시가 단기적으로는 후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계속 상승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경기 순환 초기 단계지만, 미국 등 글로벌 경제는 침체돼 있고, 인플레이션도 목표치를 밑돈다"며 "연준과 재정정책이 아직 경제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시장에는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종전의 5.6%에서 6.4%로 상향 조정했다. 민주당의 상원 장악으로 추가 경기부양책이 통과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연초부터 가파르게 치솟던 코스피가 장중 3200마저 돌파했다. “주식 안하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식 열풍이 몰아치자 그간 멀찌감치 지켜보던 개인 투자자들마저 쫓기듯 주식을 사들인 영향이다. ‘주식 광풍’이 이젠 위태로운 수준에 도달했다는 경고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1~3분기 가계의 국내외 주식 투자금액이 정부가 편성한 1~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육박하는 규모로 불어난 상황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재정 집행과 초저금리 정책 기조가 이어진 이면에선 역대급 주식 열풍에 따른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셈이다.

1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2020년 3분기 국내외 주식 투자 규모는 총 31조6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국내주식은 23조3000억원, 해외주식은 8조3000억원 규모로 지난 2009년 통계 집계 이래 각각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식 열풍은 주식투자 증가세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앞서 2019년 4분기만 하더라도 국내외 주식투자 규모는 마이너스(-) 1조7000억원이었다. 국민들이 손에 쥐고 있던 주식 1조7000억원어치를 순전히 팔아치웠다는 의미다.
그러다 2020년 1분기에는 11조8000억원, 2분기 21조3000억원, 3분기 31조6000억원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3월을 저점으로 코스피가 거침없는 증가세를 이어나가자 집집마다 예금 돈을 빼거나 ‘마통’(마이너스 통장)까지 뚫으며 주식 투자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해 1~
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매출·고용 충격이 대면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에만 집중적으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성장불균형 평가’ 보고서를 통해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매출과 고용이 감소하고 저소득 가계의 근로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등 부문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가계소득분위별 소득증가율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지난해 2분기 소득 상위인 4~5분위 가구의 근로·사업 소득은 전년동기대비 3.6~4.4% 줄어드는데 그친 반면, 소득 하위 1분위 가구의 소득은 17.2%나 감소했다.

코로나 무풍지대에 속한 부유층과 화이트칼라(재택근무 가능 사무직)의 경우 되레 주식·부동산 상승 기류를 타고 돈을 굴릴 기회를 얻은 셈이다.

빚을 내어 투자하는 ‘빚투’는 가계빚 폭증에 불을 댕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기관 차입 규모는 52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 부채 증가에는 주택 구입은 물론 주식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도 빚투는 사그라들지 않는 양상이다. 되레 국내 증시가 지난 7일 코스피 3000을 최초 돌파한 뒤 하루만인 8일 3100까지 뚫고 급등하자 개미들의 투자 열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11일에는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200을 넘어섰다. 그동안 뒷짐을 지고 시장을 지켜보던 보수적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주식 투자에 대거 뛰어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중단했던 신용대출을 올해 들어 재개하면서 빚투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 7일 기준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134조1015억원으로 지난해 12월31일의 133조6482 대비 1주일새 4533억원 늘었다.

주식시장의 과열 정도는 이제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경고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한 원리금 상환유예로 부실위험이 이연되는 상황에서 신용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해 가계부채 부실위험이 커지고 있어서다. 주식 버블이 붕괴되는 날에는 자칫 금융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의 괴리가 확대되는 것은 향후 불안정성을 야기할 위험요인이 될 수 있으며 현재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개인의 주식투자가 늘어난 것은 통상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저금리 하에서 실물과 자산시장의 불균형이 심화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라며 “너나할 것 없이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데다 위험추구 성향 역시 확산하고 있어 주식 열풍이 이제 위태로운 수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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