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15, 2021

쿠팡 사망

 경기도 화성시 쿠팡 물류센터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11일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5시30분께 화성시 신동의 쿠팡 물류센터 화장실에서 50대 여성이 숨져 있는 것을 동료 근무자가 발견해 신고했다. 숨진 노동자는 이곳에서 택배 상품 포장 지원업무를 하던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4시까지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외상 등 타살 혐의점이나 극단적 선택을 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함에 따라 지병이 있었는지 등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쿠팡의 물류 센터에서 밤샘 근무를 마친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회사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지난 8개월 동안 쿠팡의 비정규직 세 명이 이렇게 돌연사 했는데 사인이 모두 심근 경색으로 추정됩니다.

대체 물류 센터의 노동 환경이 어떻길래 이런 죽음이 잇따르고 있는 건지 윤상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새벽, 쿠팡물류센터에서 숨진 채 발견된, 51살 여성 최 모 씨가 마지막 길을 떠납니다.

최 씨는 요양병원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지난 달부터 언니와 함께 쿠팡에서 물품을 선별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6번째 출근날.

저녁 6시부터 새벽 4시 반까지 밤샘 작업을 한 뒤 들른 화장실, 최 씨는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쓰러진 동생은 함께 일을 나온 언니가 발견했습니다.

[故 최 모 씨 언니]
"그날도 힘들다고 안했어요. 오히려 제 눈이 빨갛다고 '언니 힘들어서 어쩌냐'고. 미안하죠. (동생) 애들한테도 미안하고…"

지난해 5월엔 인천물류센터에서 40대 계약직 노동자가 역시 새벽에 화장실에서, 10월엔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20대 일용직 노동자가 퇴근 뒤 숨졌습니다.

8개월 사이, 쿠팡 물류센터와 관련된 비정규직 노동자 3명의 연이은 돌연사입니다.

사인은 모두 심근경색으로 추정됩니다.

유족과 노동자들은 잇단 죽음의 배경에 악명 높은 작업 관리 시스템이 있다고 지목합니다.

쿠팡에선 한 사람이 1시간에 몇 개의 물건을 처리했는지를 'UPH'라는 수치로 측정합니다.

각자 가지고 다니는 단말기에는 이 수치가 실시간으로 뜹니다.

[쿠팡 동탄물류센터 근무자]
"집품(물건 선별)하고 이동하는 시간까지 합쳐서 5분에 한 번 씩은 (단말기를) 보는 것 같아요 최소. 좀 신경이 쓰이죠."

이 수치가 낮아지면 하위 성과자들은 그 때 그때 공개적으로 호출을 당합니다.

[쿠팡 안내 방송 (2018년 9월)]
"속도 올려주세요. 다시 한 번 명단에 올라오시는 분들은 관리자들이 조치하겠습니다. 사원님들 속도 좀 올려주세요."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됐지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쿠팡 동탄물류센터 근무자]
"마감 건 같은 경우, 특정 (노동자 관리) 번호 불러서 '이거 빨리 해주세요'라고 (방송을 해요.)"

하위 성과자는 재계약을 할 수 없고, 반면 상위 성과자는 인센티브를 받거나 계약직 전환이 유리하다는 현장 근로자들의 설명.

쉴새 없이 일하게 만드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근무자]
"쉬엄쉬엄하는 분위기가 없어요. 계속 일해요, 계속. 그 분위기를 따라가게 되잖아요."

[쿠팡 동탄물류센터 근무자]
"(UPH 수치상) 속도를 올려 놓은 상태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요."

더 큰 문제는 기준 작업량 자체가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것.

[쿠팡 부천물류센터 근무자]
"(원래 기준이 1분에 2개였는데) 2021년 들어서, 3개를 집품(선별)하라고 했거든요. '1분에 3개 이상 집품하세요'라고."

하지만 쿠팡 노동자의 절대 다수가 일용직과 계약직이고, 코로나19 사태로 너도나도 일을 하려다보니 누구 하나 목소리를 내기 힘듭니다.

[쿠팡 동탄물류센터 근무자]
"원래 직장이 있었는데, 잘리고 이러다 보니까. 힘든데 일할 데가 없으니까 돈 벌려고 버티는 거죠."

쿠팡의 매출액은 2018년 4조 4천억 원에서 지난해엔 11조 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주희/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
"(쿠팡이) 굉장히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내걸고 있지만, 그 혁신의 내용은 굉장히 퇴행적인 방식이고. 제대로 정부가 규제하지 않으면 거의 공룡기업이 된 쿠팡을 정부가 손댈 수 있을 것인가…"

과도한 노동 강도로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거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 쿠팡 측은 "생산성 확인지표는 개인 업무량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노동자들은 원하는 대로 근무 일자와 업무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택배법’으로 불리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개인 사업자’ 신분인 택배 기사에 대해서도, 그와 계약하는 기업이 종업원과 마찬가지로 안전·보건 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노동계에서도 ‘택배 기사를 일반 노동자와 똑같이 처우해야 한다’는 요구를 해왔다. 그 모범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온라인 상거래 기업 ‘쿠팡’이다. 작년 10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직고용을 활용하고 있는 쿠팡 등의 사례를 참고해 택배 종사자들의 주 5일 근무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쿠팡에 소속된 ‘택배 노동자’는 일반 택배 기사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을까. 통계와 수치, 그리고 인터뷰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쿠팡에서는 작년 11월 한 달에만 전체 배송 직원의 8%가 넘는 1400명이 퇴사했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의 한 주택가에서 택배가 가득 실린 쿠팡 차량에서 배송 기사가 상자를 내리는 모습.
/오종찬 기자
쿠팡에서는 작년 11월 한 달에만 전체 배송 직원의 8%가 넘는 1400명이 퇴사했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의 한 주택가에서 택배가 가득 실린 쿠팡 차량에서 배송 기사가 상자를 내리는 모습. /오종찬 기자

◇3000명 뽑지만 1400명 그만뒀다



쿠팡은 작년 10월 정부에 택배 사업자를 신청하면서 낸 보도 자료에서 “쿠팡이 배송 인력의 근무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직고용, 주 5일, 52시간으로 쿠팡발 택배 산업 새 표준이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쿠팡은 배송 인력인 ‘쿠팡맨’(또는 ‘쿠친’)에게 연봉으로 최대 4800만원을 지급하고, 연 15일 이상 연차 휴가를 보장한다. 근무 시간도 주 52시간을 넘지 않는다. 일반 택배 기사들이 자기 차량으로 배송하는 것과 달리 쿠팡은 회사 차와 기름값을 지원한다.

그런데 정작 퇴사가 줄을 잇는다. 13일 국민연금공단 자료를 보면, 작년 11월의 경우 1455명이 쿠팡을 떠났다. 불과 한 달 동안 전체 직원(1만6967명)의 8.6%가 사표를 낸 것이다. 쿠팡은 그 달에만 3048명을 새로 뽑았다. 쿠팡 노조 관계자는 “수도권 쿠팡맨 75%가 1년을 못채우고 퇴사하는 걸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택배 회사인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기사의 작년 연간 이직율은 2.2%였다.

실제로 본지와 인터뷰한 전·현직 쿠팡맨들은 “지금도 수많은 쿠팡맨이 탈팡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탈팡’이란 쿠팡을 그만둔다는 쿠팡맨들의 은어다.

◇“좋은 회사지만 일 잘하면 손해, 못하면 압박”

쿠팡에서 배송 기사로 2년간 일하다 이달 택배 기사로 전직한 A(31)씨는 ‘쿠팡은 어떤 회사였느냐’는 물음에 “각종 복지 제도를 누릴 때면 ‘내가 좋은 회사에 다닌다’는 뿌듯함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만둔 이유에 대해 “똑같은 시간 일하는데 일을 잘하는 직원 입장에선 택배 기사보다 수입은 적고 노동 강도는 세다”고 했다.

쿠팡맨은 주 5일, 하루 10시간씩 근무한다. 퇴근 시각이 되면 배송 물량이 남아 있어도 멈추고 퇴근한다. 하지만 1인당 처리해야 할 물량은 급증하고 있다. 쿠팡맨들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는 13일 아침에도 “배송지가 200세대 이상 할당됐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200세대'는 택배 업계 기준으로 300~400상자 정도 분량이다. 이 정도를 배송하면 CJ대한통운 기준(상자당 800원)으론 하루 24만~32만원을 벌 수 있다. 주 5일 일하면 연(年) 6300만~8500만원이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로 물량이 급증한 작년 기준, CJ대한통운 택배 기사의 평균 연 소득이 8300만원이었다. 하지만 쿠팡맨 월급 체계에서는 인센티브를 더해도 연봉 4800만원을 넘기 어렵다. 쿠팡이 채용 포스터에 직접 적은 최대 금액이다.

◇실적 압박에 10명 중 7명 “휴게 시간 없다”

쿠팡맨은 입사 직후 월급 230만원(연 환산 2800만원)에서 시작해 ’레벨업'이라 불리는 승급을 통해 급여가 높아진다. 수습 3개월을 거쳐 2년을 채워야 정규직이 된다. 레벨은 성과에 따라 올라간다. 근무시간 내 배달을 완료하지 못하는 일이 잦으면 레벨 상승이나 정규직 채용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쿠팡은 ’50분 근무 10분 휴식′을 보장한다지만 쿠팡 노조 조사에선 10명 중 3명만 “휴게 시간을 갖는다”고 답했다.

쿠팡은 작년 택배 기사 사망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를 자사 홍보의 기회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듣는다. 작년 10월 하순 택배 기사 사망 사고로 택배사들이 잇달아 대국민 사과를 하자, 쿠팡은 곧바로 “주 52시간 직고용으로 택배 사업의 새 표준을 만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 기사의 과도한 업무로 논란을 빚을 때마다 쿠팡은 ‘우리는 다르다'는 식으로 홍보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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