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October 8, 2021

딜러룸

 ※편집자 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브렉시트)로 초래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잦아들고 위험선호 현상이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달러-원 환율은 1,100선마저 뚫고 내려서면서 지난해 5월 1,090.1원(종가기준)을 찍은 이후 14개월만에 최저 수준까지 주저앉았습니다. 글로벌 유동성이 넘쳐난 결과입니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희석된 가운데 주요 선진국의 통화완화 정책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달러-원의 하락 재료만 더 쌓여가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매집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올랐습니다. 인포맥스는 국내 주요 은행과 증권사의 외환딜링룸에서 일하는 '주포'들이 주요국의 돈풀기로 촉발된 환율 전쟁을 어떻게 진단하고 대응하는지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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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개인이 한 조직에 녹아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조직 간 융합은 더욱 지난한 일이다. 그러나 옛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으로 새출발한 KEB하나은행의 외환딜링룸은 통합의 효과를 톡톡히 드러내고 있다.

안형준 KEB하나은행 차장은 2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1 더하기 1이 2에 그치지 않는 시너지 효과는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는 입행 후 딜러로서 지금까지 성장했던 배경이 행운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옛 하나은행 신입 행원으로 지방 공업단지 지점에 배치돼 수많은 기업체들을 상대하며 선물환 거래를 '바닥'에서부터 배웠고, 2003년 행내 공모를 통해 딜링룸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도 백오피스와 세일즈 업무를 잇따라 거치며 외환파생상품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안 차장은 "2009년 영업부서와 트레이딩 부서가 합쳐지면서 달러-원 주니어 딜러로서 경력을 처음 시작했다"며 "영업 일선에서 고객들의 마인드를 알고서 접근하는 것이 딜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입지가 마냥 운이 따라서 된 것만은 아니다. 영업을 통해 쌓은 겸양의 덕은 시장에 맞서지 않는 딜러로, KEB하나은행의 통합 딜링룸의 첫 주포로 자리매김하는 데에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변동성 장세에서도 "통합 이후 과거보다 거래량이 훨씬 늘면서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고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설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는 하반기에 달러-원 환율이 미국의 임금 상승률과 물가상승률 변화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에 주목할 것이라며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더라도 도드라진 상승세는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안형준 차장과 일문일답.

--KEB하나은행 딜링룸 통합 경과는

▲딜링룸은 통합 이전 옛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쟁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차원에서 거의 인력 변동 없이 합쳐졌다. 작년 9월 법인통합 출범 후 전산시스템이 합쳐지기까지 이원화 형태로 운영돼오다 지난 6월 통합전산 개발도 마쳤다. FX트레이더 39명, 세일즈 25명의 인력이 이제는 시너지를 내며 강해질 일만 남았다.

--변화의 장점을 꼽는다면

▲과거 하나은행은 파생상품, 외환은행은 FX플로우 등 각자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통합으로 서로가 가진 장점과 노하우를 모두 가지게 된 셈이다. 트레이딩을 하다 보면 상상력이 필요한데 거래가 늘면서 시장 수급 상황을 더욱 확대해 볼 수 있으니 생각의 여지가 넓어진 것도 시너지 효과라 볼 수 있다. 또 개인적으로 스팟을 메인으로 하지만 FX스왑도 하고 상관관계가 큰 아시아통화를 중심으로 이종통화 헤지 거래도 하는 등 운신의 폭도 커졌다. 또 두 은행에 중복됐던 고객들이 한 쪽으로 합쳐진 경우도 있겠지만 1 더하기 1이 항상 2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변동성 장세에도 효과를 경험했나

▲최근 시장이 오버나이트 포지션을 많이 지고 갈 수 있는 장은 아니다. 다만 변동성이 크다 보니 장중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옛 하나은행은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고 적정 수익률에 중점을 뒀다. 그런 측면에서 외환은행과 통합하면서 가장 집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부문이 외환파생 쪽이 아닐까 싶다. 조직에서도 비이자수익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현재 시점으로 수익은 작년 대비 준수하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연내 한차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 그러나 연준이 균형 잡힌 스탠스를 취하며 시장에 최대한 충격이 완화하도록 하고 있고,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도 경쟁적 통화 절하를 자제하자고 재확인했다.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가 통화가치 약세를 유발하기보다 재정정책을 지원하는 추세인 점에 비춰 각국의 경기 부양 기조가 연준 금리 인상과 더불어 달러 강세를 강하게 촉발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미국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더라도 추후 인상 속도가 제한된다면 글로벌 달러 강세가 다시 이어지기보다는 기존 박스권 하단에서 하방 경직성을 주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주목하는 지표는

▲하반기엔 여전히 미국 금리 인상과 향후 인상 속도를 예상하며 미 경제지표를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양적완화 종료 후 금리인상을 가늠하는 현 시기에선 고용지표의 양적인 측면보다 고용의 질 향상과 인플레이션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임금 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을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아베 내각의 경제부양책에도 엔화는 약세로 복귀하기 어려워 보인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추가 완화 카드를 들고나온 유럽중앙은행(ECB)에도 움직임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G20이 통화절하 정책을 자제하자고 요구한 것도 있어 달러 강세를 크게 자극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딜러 입문 계기는

▲운이 좋았다고 본다. 하나은행 입행 직후 대구 성서기업센터 지점에 배치됐다. 대규모 공단이다 보니 업체가 많았는데 당시 선물환 거래를 맡게 돼 딜링룸에 전화해서 레이트를 받고 확정해 전달하는 식의 업무도 했다. 지금은 직거래 영업부 쪽이 담당하던 업무를 지점에서 하면서 외환 업무 쪽에 관심을 두게 됐는데 마침 2003년 말 처음으로 행내 인력 공모를 했다. 그때 뽑히면서 먼저 백오피스에서 시작해 경험을 쌓고 1년 뒤에 세일즈로 가게 됐다. 4년 반 정도를 외환파생 영업을 하던 중 리먼 사태가 터졌는데 그때 또 큰 경험을 하게 됐다. 이후 2009년 은행에서 영업부서와 트레이딩부서가 합쳐지면서 달러-원 주니어 딜러로 처음 시작했다. 당시 세일즈 경험 덕분에 고객들의 마인드를 알고 딜링을 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 그런 배경에서인지 행내 영업부서와 운용부서의 교차발령도 비교적 많은 편이다.

--좋은 딜러의 자질은

▲유연한 사고와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자기 기준(view)이 있어야 한다. 냉철함과 결단력도 필요하다. 또 손실에 대한 스트레스를 스스로 제어하고 감내할 수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손절매도 중요하다. 손실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기대 심리로 이를 미루는 것은 냉정히 따지자면 자기 합리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 합리화를 이겨내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는 루틴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매일 절제된 생활을 하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체력도 받쳐줘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면 정말 어려운 직업처럼 느껴진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http://news.einfoma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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