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29, 2015

마블을 말하다

라이벌 DC코믹스를 떨쳐내고 히어로 영화 시장의 정점에 오른 마블 스튜디오. 4월 개봉하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사전 공개한 몇 편의 예고 영상만으로 차기 ‘1000만 영화’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세 남자가 사심은 내려놓고 마블의 성공 전략과 매력을 논했다.


독야청청, 자신의 길을 가는 전략왕
마블 스튜디오는 10년의 장기 기획 아래 어떤 방식으로 히어로들을 인큐베이팅 할지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왔다. 최근 들어 ‘그래픽 노블’이라는 고급스러운 표현을 얻었지만 영어권 국가를 제외하고 미국 코믹스는 소수가 열광하는 마니적인 취향에 불과하다. 이에 마블은 원작의 내용을 모르는 대다수 이들도 믿고 볼 수 있도록 단계별로 서서히 관객에게 다가간다. 마블을 소개하는 첫 주자로 아이언맨을 내세운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 <아이언맨>은 ‘텐트폴tentpole 영화(여름과 겨울 성수기를 겨냥해 제작한 막대한 자본의 블록버스터)로서 더할 나위 없는 역할을 해냈다. 아이언맨이 정점을 찍은 뒤 텐트 아래에 있던 작은 영화들이 마음 편히 개봉했다.

마블 스튜디오는 <아이언맨>에 힘입어 <어벤져스>를 개봉하기까지 <인크레더블 헐크>(2008)와 <토르: 천둥의 신>(2008), <퍼스트 어벤져>(2011) 등 1년 간격으로 캐릭터 하나하나를 대중에게 소개했다(물론 이들은 <아이언맨>처럼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인크레더블 헐크>는 미국 극장에서 본전 회수에 실패했고, <퍼스트 어벤져>는 국내 극장에서 겨우 51만명이 보는 수모를 겪었다. 한국에서는 반미 감정을 의식해 ‘캡틴 아메리카’라는 단어를 빼고 ‘퍼스트 어벤져’만을 내걸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마블 스튜디오는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나머지 히어로들이 관객에게 익숙해지고 중독될 때까지 꾸준히 작품을 선보인 것. 결국 <어벤져스>(2012)에서 이들이 모두 함께 등장할 때 히어로 캐릭터들은 각자 놀라운 시너지를 일으켰다. 기존 히어로 영화에서는 발견할 수 없던 ‘오묘한’ 장르도 매력적이다. SF나 어드벤처 등 마블 스튜디오 작품에는 항상 ‘+α’가 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1970년대 영화 스타일에 스릴러를 더했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SF에 코미디를 버무렸다. 이는 등장 캐릭터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캐릭터에 극의 분위기를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르가 다양해지는 것이다. 마블 스튜디오로서는 장기간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막강 무기를 지닌 셈이다. 최근 2~3년 사이 그래픽 노블의 양대 산맥이자, 라이벌이던 DC와 격차를 크게 벌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정점으로 마블 스튜디오의 2단계가 끝나고 나면, 2016년에는 3단계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로 가기 위한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2015년, 이들의 10년 프로젝트 중 고작 절반을 왔다. 4월, <아바타>, <겨울왕국>, <인터스텔라>에 이어 네 번째 1000만 외화를 기다린다. _ 대한항공 기내지 <비욘드> 편집장・영화평론가 전종혁



대하소설을 섭렵하는 마음으로!
마블 캐릭터는 마치 소셜 네트워크처럼 다른 캐릭터들과 ‘연동’돼 있다. 각각의 스토리는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마블이라는 공통 줄기에서 파생된 속편이자 외전의 개념일 뿐이다. 수십 명의 등장인물이 얽히고설키며 시대를 아우르는 마블의 이야기는 한 편의 대하소설에 가깝다. 기존 할리우드 영화는 한 편이 성공을 거두고 난 뒤 후속편을 제작하지만 마블 스튜디오는 위험을 감수하고 큰 그림을 직조한다. 2019년까지 15편의 영화가 기획돼 있으며 주요 캐스팅까지 마친 상태다.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는 것은 새로운 또 하나의 ‘서사’가 펼쳐진다는 의미다. 4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이후 7월에는 ‘앤트맨’이 출격한다. 오랜 시간 기획했지만 제작사와 시나리오, 적합한 배우 섭외에 연달아 실패하며 한때 세상에 나올 수 없을 거란 풍문이 돌기도 했다.

마블 코믹스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사건인 ‘시빌 워’를 다룬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도 개봉한다. 성향이 전혀 다른 두 남자,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갈라서고 둘을 중재하던 스파이더맨까지 갈등에 휘말리면서 결국 마블의 모든 히어로가 편을 갈라 싸움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1대 캡틴 아메리카인 스티븐 로저스가 죽음을 맞는다. 영화에서는 이 전쟁을 어떻게 풀어낼지 팬들의 기대가 높다. 2017년에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토르: 라그나로크>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 <블랙 팬서>가 개봉한다. 마블의 중심은 캐릭터에 있다. 캐릭터 영화는 인물이 멋지면 스토리가 대단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성취가 가능한 장르다. 하지만 마블 스튜디오는 모든 등장인물에 복잡다단한 서사를 담으며 한발 더 나아간다. 단 한 편도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_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에디터 조진혁



<어벤져스 2>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많이 알려진 대로 마블 스튜디오의 작품은 다음 영화에 새로 등장할 인물이나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암시를 엔딩 크레딧에 끼워넣는다. 이를 쿠키 영상이라고 하는데, 새 캐릭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에 연결 고리를 만들어두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마블 마니아들은 본편만큼이나 마지막 5분을 기다린다. 지금껏 마블 영화가 캐릭터 설명 없이 이야기를 전개해왔기 때문에 사전 정보 없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보러 가는 이가 있다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라도 감상하고 극장으로 향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 영화의 쿠키 영상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배경 상황을 설명해주고 새로 합류하게 될 두 캐릭터 ‘퀵 실버’와 ‘스칼렛 위치’의 능력을 맛보기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킥 애스’를 연기한 애던 존슨이 ‘퀵 실버’로 자신의 속도를 업그레이드했고, 올슨 자매의 막내, 엘리자베스 올슨이 ‘스칼렛 위치’ 로 등장한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본편만큼이나 쿠키 영상에 대한 기대도 크다. 마블 코믹스의 행보에 중요한 방점을 찍을 작품이니만큼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이다. 마니아들은 7월에 개봉하는 <앤트맨>이나 마블 스튜디오의 중요한 사건이 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다룰 것이라고 예측한다. ‘시빌 워’ 사건은 스파이더맨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토리지만 소니픽쳐스가 <스파이더맨> 판권을 가지고 있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는 스파이더맨이 아닌 다른 캐릭터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추측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마블 스튜디오가 웹사이트를 통해 <스파이더맨>을 소니와 공동 제작 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루머처럼 쿠키 영상을 통해 첫 등장할 것인지 혹은 리부트를 하고 처음부터 <스파이더맨> 영화를 다시 만들지는 아직 미지수다. _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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