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October 15, 2014

청소년 성생활

2013 10대 性보고서
“마음만 먹으면 성관계 맺는 건 어려운 일 아니에요”
SNS 타고, 손쉽고 빠르게 성경험 가지는 지금 10대들
어른들과 다름없이 모텔 드나들어

지난 7월 29일 밤 9시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앞. 서울 강서구의 고등학교 2학년 김명훈(가명·17), 김준우(가명·17), 하태석(가명·16)군은 당황했다. 세 사람은 이날 낮, 위치기반 SNS인 ‘살랑살랑돛단배’를 통해 영화를 같이 보자는 18살 여학생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여학생을 만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나왔는데 막상 앞에 서 있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여자 기자. 경계심을 풀지 않던 세 사람에게 기자는 차근히 이들을 불러낸 이유를 설명했다. 10대의 성(性)을 취재하는 주간조선 기자라고 말했다.
자리를 옮겨 한 카페에 앉은 김명훈군은 한참을 망설이다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았다. 김명훈군이 처음 여자친구를 사귄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의 일. 손만 잡아도 부끄러워하던 것도 잠시, 두 사람은 여자친구의 부모가 여행을 떠난 날 처음으로 성관계를 가졌다. “저는 그때까지 자위를 해본 적도 없었거든요. 자위보다 성관계를 먼저 경험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여자친구와는 1년을 사귀었다. 사귀는 도중에는 각자의 집에서, 동네 공원의 화장실에서, 친구 집에서 꾸준히 성관계를 가졌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남들 하는 것처럼 포르노도 좀 보고 자위도 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충족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좀 논다는 친구들 통해서 다른 여자친구를 소개받았어요.” 1년, 2년 여자친구 한 사람과 꾸준히 관계를 가지던 것이 하루, 이틀, 처음 만난 여자와 잠자리를 가지는 것으로 바뀌었다. “요즘은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면, 다섯 사람 중 한 사람은 걸리니까요. 만나자고 해서 만나서, 모텔 가거나 해요.” 요즘 김명훈군은 일주일에 최소한 1~2번은 성관계를 가진다.

 이경국 일러스트
 이경국 일러스트
옆에 있던 김준우군은 친구 김명훈군을 두고 “섹스 중독”이라고 표현했다. 본인은 “포르노 중독”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김준우군은 하루에 최소한 한 편, 많으면 서너 편의 포르노를 본다고 했다. “밤 10시쯤에 학원 마치고 들어가서 컴퓨터를 켜면 저도 모르게 포르노를 다운받게 돼요. 몇 번은 안 보려고 했었는데 마음처럼 잘 안 되더라고요.” 매주 10편 가까운 포르노를 보기 시작한 지 벌써 5년. 중학생이 돼 자신의 방을 갖자마자 생긴 일이다. 일본에서 매달 수십 편씩 출간되는 포르노 정보를 꿰고 있는 김준우군은 스마트폰으로 종종 야한 동영상을 친구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기자에게 보여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는 김준우군이 보낸 동영상과 이를 받아본 친구들의 ‘감사’ 인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성에 집착하는 두 학생이 특이한 사례는 아닐까. 자신을 “평범하기 그지없는 학생”이라고 말한 하태석 학생은 “두 사람만큼은 아니지만 여자와의 성관계에 집착한다든가 포르노를 매일 챙겨 보는 친구들은 반에도 대여섯 명 더 있다”고 말했다. “의외로 많은 친구가 여자와 자 본 경험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중학교 때는 ‘잘나가는’ 친구들만 그런 줄 알았는데요. 지금 이 친구들도 평소에는 아주 평범하거든요.” 하태석 학생의 반에서 성관계 경험이 있는 학생은 32명 중 7~8명 수준이라고 했다. 이 중 학업을 등한시하고 소위 ‘노는’ 학생은 3~4명에 불과하다. “여자와 자지 않으면 불안하기까지 하다”는 김명훈군 역시 수도권 4년제 대학 진학을 지망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통계를 보면 중·고등학생 학생 중 성관계 경험이 있는 학생은 2012년을 기준으로 전체 응답자 1만5170명 중 3.1%에 불과하다. 수치상으로만 봤을 때는 한 학년에 200~300명인 일반 중·고등학교에서 겨우 5~10명만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추측된다. 10대 성문화가 문제라고 외치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무색해지는 통계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당사자인 학생들은 물론 교사, 청소년 성교육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성관계 경험이 있는 학생의 비율을 최소 10%에서 25%까지도 보고 있다.

이명화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은 지난 7월 30일 주간조선과 만나 “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고등학교 남학생 중 성경험이 있는 학생은 17~18%”라고 밝혔다. 여성가족부의 조사는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한 조사인 만큼 학생들이 솔직하지 않게 대답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9년 여성가족부가 위기청소년(소년원에 있는 청소년 및 가출 청소년 등)과 일반청소년을 나누어 조사를 진행했을 때는 전체 응답자 1만8544명 중 1405명, 7.5%가 성관계를 맺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위기청소년 1972명 중에는 44.7%(882명)가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다른 통계를 보면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2008년 조사에서 ‘가장 최근에 가진 성경험 상대가 누구냐’는 질문에 52%가 ‘이성친구’라고 답했다. 2011년 조사에서는 이 같은 응답이 72.5%로 껑충 뛰었다. ‘성관계의 합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도 ‘서로 원해서 성관계를 가졌다’고 응답한 학생은 2008년 68.7%에서 2011년 75.8%로 늘어났다. 10대 또래끼리 자발적인 성관계가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교사 생활 23년차인 서울 구로구의 한 고등학교 보건교사(옛 양호교사) 이진숙(가명·47)씨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성매매 형식으로 성인과 성관계를 맺는 아이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요즘은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와 잤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성경험이 특정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성 관계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난 7월 27일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부근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차동은(가명·18)양 일행은 “마음만 먹으면 성관계 맺는 건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차양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화를 전해줬다. “늘 어울려 다니는 친구 6명이 있는데요. 반에서 중간 정도 성적을 받는 평범한 친구들이지만 서로 경쟁심은 있었거든요. 한 번도 남자친구가 없었던 유진이라는 친구가 주로 놀림감이 됐는데요. 좀 심하게 놀렸는지, 여름방학이 지나고 학교에 왔는데 그새 남자친구를 사귀고 성관계도 맺었대요. 알고 보니 인터넷 카페에서 ‘문친’(문자친구의 줄임말) 구해서 사귀었대요.”

 10대들은 스마트폰 위치기반 SNS를 만남의 창구로 자주 이용한다. 기자가 10대로 위장해 직접 체험해본 결과 만남을 결정하는 데는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오른쪽이 18세 여학생으로 위장한 기자, 왼쪽이 10대 남학생들의 메시지다.
 10대들은 스마트폰 위치기반 SNS를 만남의 창구로 자주 이용한다. 기자가 10대로 위장해 직접 체험해본 결과 만남을 결정하는 데는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오른쪽이 18세 여학생으로 위장한 기자, 왼쪽이 10대 남학생들의 메시지다.
포털사이트마다 ‘문자친구’를 구한다는 카페가 넘치고 위치기반 SNS 앱에는 10대들이 상시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살랑살랑돛단배’나 ‘하이데어’ ‘1km’ 같은 위치기반 SNS는 청소년들이 상대를 찾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돛단배’는 가입할 때 별도의 개인정보 확인 절차가 없다. 나이와 사는 곳, 성별만 밝히고 메시지를 하나 보내면 여럿에게 전송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기자가 18살 여학생이라고 가정하고 ‘영화?’라는 두 글자 메시지를 보낸 지 5분 만에 또래 남학생들로부터 ‘너내꺼해라’ ‘오빠(와)영화볼래?’ ‘같이가능해?’라는 메시지 11개가 쏟아졌다. ‘사진을 교환하자’는 19살 남학생도 있었고 ‘지금 만나자’는 18살 남학생도 있었다.

여러 번 성별과 나이를 바꾸어 취재 대상을 찾은 결과, 고등학교 1학년 송지은(가명·15)양을 만날 수 있었다. 송양은 “앱을 사용한다는 걸 드러내 밝히고 싶지는 않지만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업 스트레스에서 숨 돌리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라는 송양은 돛단배를 통해 만난 남자와 유사성행위를 가진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관계는 어떤 것인지 궁금했거든요. 결국 제가 너무 무서워해서 끝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남자와 만나는 게 쉽구나 생각했어요.”

교사가 된 지 2년이 된 대구 달서구의 중학교 교사 권미영(가명·28)씨는 10여년 전의 분위기와 비교해 최근 청소년 성문화가 “개인적이고, 접근 가능성 큰 것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저희 때만 하더라도 남자를 만나려고 우르르 몰려다니곤 했잖아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채팅으로 혼자 방안에 앉아 상대를 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지도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얘기를 교사들끼리 많이 합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유해환경접촉종합실태조사’의 결과를 보면 ‘성에 대해 고민하는 의논 상대가 없거나 혼자 해결한다’는 응답이 2008년에는 18.7%를 차지했지만 2012년에는 38.4%에 달했다. 주요 의논 상대이던 ‘친구나 선배’의 비중이 43.8%에서 24.9%로 절반 가까이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여자친구 2명과 성관계를 가진 경험이 있다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정규진(가명·18)군 역시 피임 방법 등은 인터넷으로 혼자 찾아보는 편이다. “인터넷만 하면 피임 방법 다 알려주고, 어디에서 놀 수 있을지도 알려주니까 굳이 친구들에게 얘기해 소문 퍼지는 걸 원치 않아요.”

요즘 청소년들의 성문화는 스마트폰, 인터넷 등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사이버 섹스 중독’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는 온라인 채팅, 음란물 감상을 강박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김민 순천향대 교수(청소년교육상담학)는 음란사이트에 중독된 청소년이 최소한 10만명은 될 것으로 추정했다. 김민 교수는 “사이버 섹스 중독에 빠진 학생의 대부분은 왜곡된 성역할과 성의식을 가지고, 오프라인 성적 접촉으로도 이어져 잘못된 성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규진군은 종종 ‘웹캠’으로 자신의 나체 사진이나 동영상을 이성친구와 공유하기도 한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니까 서로 위로해준다는 의미에서 시작했는데, 의외로 재미있고 흥분이 돼서 종종 모르는 사람들끼리 동영상을 찍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규진군의 하루 인터넷 이용시간은 평균 3시간. 3시간 중 1~2시간은 이같은 일에 쏟고 있다. “만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보다 채팅하거나 사진을 주고받는 일이 더 재미있다”는 정규진군은 사진을 공유할 사람을 찾아 채팅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날이 갈수록 10대 성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누구나 쉽게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데다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눈치보지 않고 성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왜곡된 성경험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성경험에 중독되는 것은 물론 성인이 돼서도 10대 때처럼 성을 손쉽게 생각할 수 있다. 흡연·음주 행동과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성경험이 비행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7월 29일 김명훈군과 다른 두 명 일행을 만난 곳도 서울 신림역의 모텔촌이었다. 김명훈군은 신림역 7번 출구 이면도로 모텔촌에서 한 모텔을 가리키며 “지난주 주말에는 오후 시간에 저기서 여자 2명, 남자 3명이서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모텔 방을 몇 시간 빌리는 ‘대실’ 요금은 비싼 곳도 3만~4만원 선. 술을 직접 사 들고 모텔 방을 빌리면 밖에서 노는 것보다 더 저렴하게 놀 수 있다는 것이 김명훈군의 얘기다. “랜덤채팅이나 앱으로 만나는 친구들은 다들 이 방법으로 술을 마신다”며 “술집을 전전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예지만, 얼마 전 있었던 경기도 용인의 10대 청소년 살인사건도 모텔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폐쇄된 공간에서는 얼마든지 다른 비행행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점차 성인들과 청소년의 성문화를 구분하는 일도 어려워지고 있다. 10대 청소년들은 DVD방이나 멀티방 등에서 성문화를 즐긴다는 어른들의 생각과 달리 요즘 청소년들은 어른들과 거의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모텔을 드나드는 것은 물론 서울 근교의 펜션에서도 10대 커플이 종종 눈에 띈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근처 H모텔 매니저는 “오후 4~5시에 오는 손님의 10~20%는 10대 청소년”이라고 말했다. “중장년층 손님이 낮 시간대에 많이 오고, 20~30대 젊은 커플이 밤 시간대에 많이 온다면 애매한 저녁 시간에는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다”고 그는 말했다. 

차동은양과 함께 기자를 만난 유진선(가명·17)양의 말이다. “법적으로 술·담배를 하는 건 어렵지만 찾아보면 방법이 다 나오거든요. 어른들이 어디에서 노는지 다 아는데 돈만 있으면 우리도 똑같이 놀 수 있지요. 만약 어른들이 이런 걸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아예 접근을 못하게 막는 게 좋을 거예요. 우리는 동경하거나 따라하고 싶은 게 아니라 아는 그대로 하는 거니까요.”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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