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
이건희 회장 취임 25주년 12월 1일, “삼성그룹 경영체제 본격화 나설 것”
이재용 사장, 회의 배석에 전기차 베터리 사업 등 ‘광폭행보’ 승진 점쳐져
재계 일각 “두 따님 무시 못해…사위들도 변수”, 삼성그룹 “확정된 바 없어”
[스페셜경제] 런던올림픽 이후 삼성그룹의 하반기 경영이 본격화된 가운데 오는 12월 1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취임 25주년을 맞아 후계구도가 구체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이 회장과 함께 그룹 전반에 대한 업무를 보고받는 자리에 배석하거나 삼성의 신사업으로 떠오른 전기차 베터리 사업을 위해 세계를 누비며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들과 회동을 갖는 등 연일 광폭행보를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오는 연말 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확정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부진, 이서진 두 딸들의 행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의 후계구도가 오는 연말 가닥을 잡을까. 본격화된 후계경쟁을 집중분석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신임 회장이 1일 호암아트홀에서 취임식을 갖고 정식집무를 시작했다.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그동안 언론매체 등 사내외 공식석상에서 천명해 온대로 3남인 이 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토록 한 유지를 받아 지난달 19일 그룹사장단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새 회장에 추대됐다”
1987년 12월 1일, 언론은 일제히 이 회장이 삼성그룹 신임 회장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11일 전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별세하자 아버지의 회장직을 물려받은 것으로 그의 나이 45세였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2012년, 이 회장은 71세 할아버지가 됐고 그의 아들 이재용 사장은 45세가 됐다.
이 회장이 여전히 굳건하게 세계 곳곳을 누비며 경영 전반에 나서고 있지만 오는 12월 1일 이 회장의 취임 25주년을 맞아 후계구도가 구체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그의 광폭행보가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재용 시대의 ‘배터리 사업’
이 사장은 올 들어서만 연달아 팀쿡 애플 CEO,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 등을 만나며 폭넓은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 지난 19일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이 사장은 최근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과 세 차례의 만남을 가졌다.
이에 재계와 언론에서는 이 사장의 일정을 ‘광폭 행보’라 칭하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동차업계 경영자들과의 회동이 주목을 받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사장이 카를로스 르노닛산 회장과 만난 것을 두고 ‘르노삼성자동차’에 보유하고 있는 삼성 지분(삼성카드-19.9%)을 처분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지만, 글로벌 자동차업체 경영진들과 적극적으로 회동한 까닭은 ‘전기차용 배터리사업’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은 완성차 사업에서는 철수했지만 자동차 부품 사업을 차세대 육성 사업으로 보고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는 일반 자동차의 엔진 역할로 미래 자동차 시장의 핵심 사업이다. 이에 향후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의 규모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전세계 전기차 수요가 지난해 87만3000대에 그쳤으나 오는 2015년에는 45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터리 시장의 규모도 오는 2015년 16조원, 2020년이면 최대 약 11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그룹에서 배터리 관련 사업은 계열사 삼성SDI가 맡아 진행해 왔지만 관련 사업이 삼성의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된 만큼 이 사장이 최전선에 나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08년 삼성SDI는 소형 IT용(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배터리 사업을 위해 독일의 자동차부품 업체 ‘보쉬’와 손을 잡고 합작사 ‘에스비리모티브(이하 SBL)’를 설립했으나 지난 5일 기술 이전의 문제로 양측의 합작에 금이 가면서 결국 보쉬로부터 SBL의 지분 전량을 매입한 뒤 독자 경영에 나섰다. 이는 최근 이 사장의 경영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2월 박상진 삼성SDI 사장, 이진건 SBL 사장과 함께 독일 BMW사를 방문해 라이트 호퍼 회장과 다각적인 협력을 논의했다. 이 사장과 동행한 이들은 자동차 부품사업을 맡고 있는 계열사의 수장들로 지난해까지 이 사장의 경영 보폭이 삼성전자에 머물러 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렇듯 이 사장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내 전자 계열사 전체를 휘감는 경영을 선보이자 업계에서는 그가 이미 경영수업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하며 올 연말 부회장 승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그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사업이 이 사장의 후계구도 기반에 최대 치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 사장이 지난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발을 들이고 2010년 삼성전자 사장에 전격 선임되면서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예고했지만, 초반 인터넷 사업 ‘e-삼성’의 실패가 족쇄처럼 따라다니며 경영활동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에 이번 배터리 사업이 그가 회사 안팎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경영 성적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 현대자동차와 LG화학 그리고 SK이노베이션이 황금시장으로 불리우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가세하면서 4파전이 예고된 동시에 이 사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재벌가 3세에 대한 평가가 갈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첨단 전자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그룹 내 전자 계열사와 손을 잡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경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이 사장의 경영 행보에 기대감을 표했다.
특히 그간 세계를 누비며 만나온 글로벌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와의 회동이 조만간 성과를 낼 것으로 보여 대기업 간 4파전에서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아울러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 사장의 최근 폭넓은 경영 행보가 향후 이재용 시대를 위한 포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용 시대로 한 발자국 더
9월 21일 삼성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달부터 이건희 회장과 함께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출근해 그룹 전반에 관한 업무를 보고받는 자리에 배석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 간 세기의 특허소송에서 완패한 후 열린 그룹단 회의에 참여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의 보고를 이 회장과 함께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 사장이 공식 후계자로서 업무를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지난 6월 ‘삼성의 2인자’ 미래전략실장의 자리에 오른 최지성 부회장의 권력 이동도 이 사장의 ‘후계 구도’ 굳히기와 관련이 깊다.
삼성 측은 최 부회장의 승진이 제 2의 신경영과 위기론을 해결하기 위한 카드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이 사장의 후계자 자리를 굳히기 위해 최 부회장을 내세웠다는 분석이다.
최 부회장이 삼성의 3세 경영체제 전환을 위한 준비 작업의 적임자로 평가될 만큼 이 사장의 가정교사, 멘토 등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후견인이기 때문이다.
지분 승계율만 놓고 따져 봐도 이 사장의 후계자 위치는 굳건하다. 21일 재벌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재벌기업의 2세 승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사장은 이부진,이서현 자매보다 2배 가량 많은 2조3700억원을 물려받으며 68.9%의 승계율을 기록했다.
이렇듯 이 사장과 삼성 측의 최근 행보는 이 사장의 후계구도 본격화와 맥이 닿아 있다.
지난 1993년 이건희 회장은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후계자의 기준을 설명한 바 있다. 그 내용에 따르면 2세대(후계자)가 그룹을 이끌기 위해서는 집안의 잡음이 없어야 하고 회사 임직원한테 인정을 받아야 한다. 창업 세대가 키워놓은 세력들이 남아 후계자에 대한 거부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후계자는 사회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 회장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 사장은 최근 임직원과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이 회장이 최 부회장을 미래전략실장 자리에 앉힘으로써 전 세대의 세력들이 밀려나고 이 사장을 위한 사람들로 삼성의 새 틀이 짜여진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부진과 이서현 그리고 사위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사장이 후계자가 되는 것을 단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과 함께 있는 모습이 자주 언론에 노출되면서 이 회장이 자녀 간 경쟁 구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리틀 이건희’라는 별명을 가진 이부진 사장의 경우 올 들어 부쩍 이 회장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아버지를 보필하고 있다.
지난 9월 10일 김포공항을 통해 홍콩 출국길에 올랐던 이 회장의 곁에는 이부진 사장이 함께했는데 자녀들 중 유일하게 이 사장이 동행했다는 점에서 재계의 이목을 끌었다. 홍콩에서 호텔신라 관련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장이 동행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선 것이다.
이부진 사장의 초고속 승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지난 2010년 말 전무에서 곧바로 사장자리에 오른 이 사장의 승진은 오빠인 이재용 사장의 승진보다 파격적인 초고속 승진이다.
그녀는 현재 이 회장의 자녀들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 직함을 달고 있다. 올해 3월에는 호텔신라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직접 의장을 맡아 적극적인 경영의지를 선보이며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 회장도 이 사장의 추진력과 경영능력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후계구도에 있어서 이부진 사장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들 이재용 사장의 굳히기 아니면 딸 이부진 사장의 뒤집기로 후계자 구도가 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한편에서는 삼성의 후계자 구도에 아들도 딸도 아닌 제 3의 인물이 등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바로 이 회장의 곁에 ‘수행비서’처럼 머물러 있는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다. 김 사장은 이서현 부사장의 남편으로 이 회장의 두 번째 사위이자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그에 대한 재계의 관심은 런던올림픽 당시 박태환 선수 응원차 등장한 삼성의 오너일가를 담은 사진에서 김 사장이 이 회장 옆자리를 차지하면서부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삼성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제일모직 세계전략 담당 경영기획총괄에서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임명받은 김 사장은 올 상반기 삼성엔지니어링의 매출액을 50% 가까이 상승시키며 회사의 실적에 큰 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었다.
재계에서는 그가 이재용 사장의 맞수는 되지 못할 지라도 스포츠 부문에서는 이 사장보다 앞서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 회장이 맡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김 사장이 지난해 3월 빙상연맹 단체장을 맡으면서 삼성그룹의 오너일가 중 유일하게 스포츠 수장이 됐고, 지난해 더반에서 열린 IOC총회에서 이 회장과 동석해 이같은 분석에 힘이 실렸다.
물론 IOC위원직은 승계가 아닌 총회의 선출로 뽑히지만 이 회장의 입김이 작용하면 그가 IOC위원직에 몸을 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경영승계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며 “이재용 사장 승진 문제는 해마다 불거지지만 25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사업의 경우 그룹의 주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삼성SDI 외에 이재용 사장이 경영 전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오는 12월 1일, 이 회장의 25주년을 맞아 재계와 관련업계의 눈이 삼성가의 후계구도에 쏠려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의 선택은 누구에게로 향할 것인가. 재계는 지금 이 회장의 25주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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