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ovember 8, 2014

김무성

금융감독위원회 자료의 ‘△’ 표시를 ‘하락’이 아니라 ‘상승’으로 잘못 이해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번에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이월·불용액을 거꾸로 알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시도교육청의 이월·불용액이 정부의 3배라고 말했으나, 실상은 정부의 이월·불용액이 시도교육청의 3배다.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교육감들을 공격하려고 나름 ‘전문 용어’를 구사하다가 체면만 구긴 것이다.
김 대표는 6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작년 지방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이월·불용액은 무려 4조1529억원이다. 중앙정부 이월·불용액 비율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에서 매년 2조원 이상 이월금이 발생하고, 매년 1조5천억원 이상의 불용액이 발생한다는 것은 지방교육청의 아주 방만한 재정 관리와 비효율적 예산 집행 때문이라 생각한다”(김무성 대표 누리집)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결국 재정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교육청 예산이 적절히 편성되고 있는지, 또 과도한 행사, 선심성 사업 등 불필요한 예산은 없는지 잘 살펴보고 따져봐야 될 일이다”라며 교육청의 무상급식 등을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결산서를 보면 김 대표가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예산·불용액을 거꾸로 알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다. 시도교육청의 이월·불용액이 정부의 3배가 아니라, 정부의 이월·불용액이 시도교육청의 3배다.
기획재정부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 공개된 58개 부·처·청의 2013회계년도 이월·불용액은 13조2779억원이다. 이월·불용액 비율은 전체 ‘예산 현액’(애초 예산에서 사업계획 및 경제 상황 변화를 반영해 당해 연도에 실제로 지출할 수 있는 액수) 중 5.5%에 이른다. 이중 기획재정부는 이월·불용액이 2조8738억원이고 전체 예산현액 대비 20.4%에 이른다. 해양수산부는 이월·불용액 비율이 30.6%, 통일부는 28%다. 대통령실·행정안전부·외교통상부처럼 이월·불용액 비율이 0%인 곳도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누리집에 만든 ‘지방교육 재정 정보’를 보면, 17개 시도교육청의 2014년 회계연도 이월·불용액은 4조1529억원이다. 예산현액 57조4487억원으로 이월·불용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7.2%다. 정부의 이월·불용액에 비해 31.2%밖에 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수치를 거꾸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김 대표가 이월·불용액을 마치 전부 없앨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월액은 그해에 집행하지 못한 예산을 다음해로 넘기는 것으로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 이것을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 등으로 전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월액엔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느라 한 해 동안에 끝내기 어려운 건축비가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불용액은 계획보다 예산을 적게 쓰고 남은 돈을 말하는데, 이것은 전년도에 계획을 잡는 예산 성격상 완전히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 특히 교육청들의 경우 전국 수천개에 이르는 학교와 산하 기관들이 수십만~수백만원 정도씩 남기는 돈을 합산해 불용액으로 잡는다. 그럼에도 불용률이 2.75%로 중앙정부 평균 4.36%보다 낮은 수준이다. 시도교육청의 불용액 비율과 규모도 2011년 4.6%(2조3792억원), 2012년 3.6%(1조9935억원), 2013년 2.75%(1조5824억원)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김 대표도 이월·불용액을 줄이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한 듯 “다만 예산의 적절한 편성과 절약만으로 현 상황을 극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이월액은 대부분 당해에 집행하지 못한 학교 건물 공사비이고, 불용액은 수천여개 학교 및 산하 기관에서 몇백만원씩 남긴 것을 모은 것이 잡힌다. 수학여행을 가는데 불참한 학생이 있다든지 이러면서 계획보다 예산이 남는 것이다. 예상과 달리 계획과 벗어나는 것을 없애서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는 지적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차기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김무성 대표가 기본적인 정부 문서 기호나 정부 예산을 제대로 모르는 것을 보면, 대통령이 되더라도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김무성 대표 쪽의 해명을 들어보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 대표는 앞서 10월2일 열린 금융위원회의 업무 보고에서 ‘하락’를 뜻하는 ‘△’ 표시를 ‘상승’ 표시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바람에,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오른 이유’를 신제윤 위원장에게 따져묻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