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25, 2018

'수원 여성 연쇄납치 살인사건'


2002년 4월 18일 밤 9시경.

미용사인 32세의 이씨는 하루종일 손님들의 머리를 만지고 시중을 드느라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일 때문에 저녁 한번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남편에게 늘 미안해하던 이씨는

집에 거의 다 왔으니 곧 들어갈 거라고 일부러 더 상냥한 목소리로 남편에게 전화합니다.

그 무렵, 남편은 20분, 3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는 아내를 걱정합니다.

전화를 걸어봤지만, 곧 들어온다던 아내는 전화기마저 꺼져 있어서 통화가 안되고 있었죠.

불안한 마음에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고 집앞부터 시작해 아내가 일하는 미용실에 이르기까지

골목 구석구석을 뒤지고 찾아헤맸지만 아내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혹시 교통사고가 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인근 병원에 문의도 해보고 찾아봤지만, 아내는 그 어디에도 없었죠.

서로 가진게 없어 열심히 일만 해야 하는 처지가 조금 아쉽긴 했어도 늘 서로를 아껴왔고,

적은 액수지만 차곡차곡 쌓이는 통장을 보며 미래를 설계해가던 부부였기에

그런 아내의 갑작스런 실종은, 남편에게 있어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틀을 더 기다린 남편은 결국

4월 20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에서는 '가출인'으로 접수 받고는 찾아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아내의 평소 남자 관계나 부채 문제, 가정 불화 등에 대해 묻는 경찰의 질문에

극구 부인을 하면서도 다큰 어른이 집에 돌아오지도 않고 납치나 강도를 당한 흔적도 없는데

괜히 경찰에 신고했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남편은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2002년 4월 27일 점심 시간.

경기도 수원에서 택시 운전을 하던 김씨는

법원 사거리 부근의 한적한 도로에 택시를 주차해두고 점심 식사를 하러 기사 식당으로 향합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현금은 가방에 넣어 들고 나왔죠.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난 후

택시 표시등이 없어진 것을 발견합니다.

세상에 별 미친 도둑놈 다 보겠다며 분해하던 김씨는,

철 없는 청소년들 짓이겠거니 하고 택시 용품 판매점으로 향합니다.

경찰에 신고해봐야 보상은 커녕 오라가라 귀찮아지기만 할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며

동료 기사들에게 주의나 줘야겠다고 마음 먹고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훗날 이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던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게 되고요.

(읽다보면 이 택시기사분 원망스러워짐...)




그리고 그날 밤 11시.

피아노 학원 강사인 29세의 박씨는 마지막 레슨을 마치고 동료 강사들과 함께

학생 지도 방안과 최근 피아노 수업 동향등에 대해 회의를 하고 평소보다 좀 늦은 귀가를 합니다.

그런데 늦은 귀가를 걱정하던 부모님에게 택시를 타고 바로 가겠다고 전화한 이후로 소식이 끊깁니다.

곧 택시를 타고 돌아온다던 딸이 밤새도록 소식이 없자, 

박씨 부모님은 피아노 학원과 학교 친구 등 딸을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연락해보고

수원 시내 전역의 병원과 경찰 관서들을 찾아가보지만 딸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일단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기다려볼 수밖에 없었죠.




다음날 4월 28일 저녁 9시경 수원 삼성전자 입구.

회사 야유회를 끝낸 21살의 이씨는 함께 귀가하던 동료들에게 인사하고

택시를 잡기 위해 길가로 나옵니다.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기엔 너무 피곤해서 큰 맘 먹고 택시를 타기로 한거였죠.

하지만 그 순간의 선택이 엄청난 결과로 이어져 버릴 줄은, 스스로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이씨는 그날 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사업 실패후에 충격으로 몸져 누워 병마에 시달리는 부모님과, 

결혼해버린 언니들을 대신해 집안 살림을 책임지고 살았던

소문난 효녀이자 소녀가장이었던 이씨의 실종은 가족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도 포기하고 바로 취직해

일곱 살짜리 막내를 포함한 다섯 동생의 학비와 용돈까지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정을 아는 주위 사람들은 안타까움과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이씨가 사라진지 불과 몇 시간 뒤인,
4월 29일 새벽 5시경, 수원의 한 나이트클럽 앞 도로.

함께 일하는 동료끼리 오랜만에 친목도 도모하고 스트레스도 해소한다며

밤새 나이트 클럽에서 춤추고 나온 20대 여성 셋이 누군가의 차를 타고 사라집니다.

하지만 이들의 행적과 운명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세명의 여성들은 인근 상가 의류 매장에서 일하던 점원들이었는데,

그 중 특히 21세의 안씨는 홀어머니의 병수발과 매장일에만 매달리며 살아오다

처음으로 감행한 단 한번의 모험이 실종으로 이어진 것이었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병든 어머니는 딸을 기다리느라 심장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었죠.






조선시대 효성이 지극했던 정조대왕이 손수 성을 쌓아 '효원의 도시'로 이름난 수원에서

젊은 여성들이,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잇따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지만,

경찰을 비롯한 그 누구도 사건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서로 상관이 없는 단순 가출자들 정도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94년도, 택시기사로 위장해 여성들을 납치, 강간, 살해했던 

온보현 사건(전라북도에서 94년도에 일어난 택시 연쇄살인) 

기억이 아직 생생하건만,

택시를 타려 했던 이 여성들의 잇따른 실종이 주목받지 못한 채 묻히고 있었던 겁니다.




3명의 20대 여성이 사라지고 20시간 뒤인 4월 30일 새벽 1시.

용인시 기흥구 삼성 반도체 공장 상황실에서 CCTV 모니터들을 주시하던 경비원이

야외 주차장에 설치된 CCTV화면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합니다.

남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주차해놓은 차의 번호판을 떼어내려 하고 있었던 거죠.

당시엔 기술 유출 등 산업 스파이에 대한 경계령이 엄중하게 내려진 상황이었어서

즉시 10명의 경비원이 현장에 출동했고 도주하려던 괴한들과 격투극이 벌어집니다.

경비원 측이 숫자로도 훨씬 우세했고, 무도 유단자들도 다수 있었지만

괴한들이 사력을 다해 저항하는 바람에 격투는 20분이나 계속 됐고, 

괴한쪽은 그래봐야 두명이기에 결국은 완전히 제압당합니다.

곧 112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심야 시간이고 별일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순찰차에는 신참 순경 한 사람만 타고 있었습니다.

경비원들은 격투 과정등을 설명하며 주의를 당부하려 했지만 

순찰차에 시동을 걸어둔 채 다가온 경찰관은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만 남긴 채 두 괴한을 순찰차에 태웠고,

순식간에 괴한 중 한명이 운전석으로 뛰어올라 순찰차를 몰고 도주하기 시작합니다.

경비원들과 경찰관은 경비 차량을 타고 뒤쫓았고

200여 미터를 도주한 괴한들은 순찰차를 이내 버리고,

인근 야산으로 뛰기 시작했지만 이 과정에서 한 명은 다시 검거되고 다른 한명은 결국 도주하고 맙니다.

사설 경비원들이 잡아준 범인을 경찰이 놓쳐버리다니,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죠.

더 어처구니 없는 일은 문책을 두려워 한 경찰관이 범인 도주 사실을 상부에 늑장 보고했고,

그 사이 도주한 범인은 유유히 경찰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달아났다는 사실...

이미 시야를 벗어나 도주한 범인을 포기하고 붙잡힌 괴한을 상대로 추궁하던 경찰과 경비원들.

이들이 타고 온 차량을 살펴보기 시작하는데, 

지붕엔 택시 표시등이 달려있지만 차체엔 아무 표시가 없는게 여간 수상한게 아닙니다.

그런데 차 안을 들여다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죠.

뒷좌석과 밑바닥에 여성들의 몸이 포개진 채 쓰러져 있는 게 아닙니까...

뒷좌석에 4구, 트렁크에 1구, 총 5구의 시체 

이들이 타고 온 차 안에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순경.

서둘러 파출소에 보고하고 112 지령실에 무전으로 알리는 등 야단법석을 떨어댔지만 

일은 이미 저질러졌고...




형사계로 인계된 범인의 이름은 허재필

범죄 전과도 없었고 고등학교도 졸업한,

아주 평볌해 보이는 24살의 청년입니다.

용인 기흥구의 골프장 식당에서 일하다가 4월 28일 그만뒀고,

달아난 공범은 같은 골프장 동료 김경훈 이라고 진술합니다.

김경훈은 허재필보다 5살 많은 29살이었고, 

특수 강도 등 범죄 전과가 7건이나 있는 전문 범죄꾼이었습니다.

빨리 체포하지 않으면 도주하면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을 해칠 지 모르는 위험인물이었죠.

도주한 주범 김경훈에게 500만원의 현상금이 걸립니다. 그리고 전국에 수배 전단이 배포되죠.

그리고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이 차량이 경북 번호판을 단 김경훈 소유였고,

김경훈의 가족이 경북 동해안 지역에 거주한다는 사실에 주목한 용인경찰서 수사본부는

경북 포항 남부 경찰서에 급히 공조 수사를 의뢰합니다.


포항 시내 일원을 수색하며 김경훈의 가족을 탐문 수사하던 포항 남부경찰서 형사들은

5월 1일 오후 4시경, 김경훈의 동생 차가 도로를 달리는 것을 발견하고 미행하기 시작합니다.

인근 대학 병원에 도착한 차에서는 한 남자가 내렸고, 약국에 들렀다가 나오는 남자를 형사들이 덮치죠.

이 남자는 김경훈의 친동생이었고, 곧 형이 숨어 있는 셋방의 위치를 털어 놓습니다.

오후 5시, 형사대는 김경훈이 은신해 있는 셋방을 급습했고,

때마침 칼을 쥐고 있던 김경훈은 곧바로 자신의 목을 찔러버렸습니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고, 경찰이 김경훈의 목을 수건으로 덮은 채 인근 병원으로 급히 후송했으나

5시 50분, 결국 김경훈은 과다 출혈로 사망하고 맙니다.

(마음 같아선 이놈을 지옥에서 다시 꺼내오고 싶습니다)

(지옥가는 건 좋은데 갈땐 가더라도 죗값은 치루고 가라)

김경훈이 숨어 있던 셋방에서 부모님과 동거녀 앞으로 작성된 두 통의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김경훈은 도주하면서 이미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살인범이 죽음으로써 죗값을 치른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겠지만,

제입으로 왜 그런 범행을 했는지 소상히 털어놓고, 피해 유가족들에게 사죄도 하고

그 다음 법이 내리는 엄중한 벌을 받아야 제대로 된 정의가 구현되는 것 아닐까요?

그 시각, 자세한 진술을 계속 회피하던 허재필은 김경훈의 자살 소식을 듣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는지

여죄를 추궁하는 형사에게 미용사 납치 살해사건을 진술하고, 시체를 암매장한 장소를 밝힙니다.




5월 3일, 범인들이 일하던 골프장 인근 야산의
흙을 파자 곧 시신이 드러났습니다.

사체 감식 결과 4월 18일에 실종된 미용사 이씨의 시신임이 밝혀졌고,

혹시나 하며 마음 졸이며 아내를 기다리던 남편은 그 자리에서 실신하고 맙니다.

그렇게 해서 허재필과 김경훈이 살해한 여성은

이들의 차에서 발견된 5구의 시신에 한명을 더 추가한, 총 6명으로 늘었죠.

또한 국과수의 부검 결과 범인들의 차에서 발견된 시신 중 두 구에서 성폭행 흔적이 발견되었고,

허재필은 이에 대해 4월 29일 새벽 5시경 3명의 여성을 납치한 후 야산으로 끌고 가

이중 2명을 김경훈과 함께 강간했다고 시인합니다.

여담이지만, 미용사 이씨의 사체를 발견했을 때 고인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사망한지 보름이 넘게 지났음에도 마치 바로 좀 전에 사망한 듯

전혀 부패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둘은 골프장에서 만났습니다. 

허재필은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이었고,

늘 외톨이로 지내다가 유독 자신에게 친절했던 김경훈을 만나게 되는데요,


(김경훈 29)



이 둘은 셋방을 얻어 같이 지냅니다.

변변한 친구 하나 없이 늘 혼자였던 허재필은 범죄 경력도 있고 터프한 김경훈이

잘 대해주는 게 너무 고맙고 친형 같은 느낌이 들어 늘 같이 다니며 무엇이든 따라하고 싶어합니다.

가난 때문에 늘 힘들게 살았던 두 사람은 세상에 불만도 많았고,

골프장에서 부자들 시중을 드느라 스트레스도 쌓이다 보니 늘 부자들을 비난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또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룸싸롱 등 유흥가를 자주 찾았고, 

급기야 신용카드 빚이 천만원에 육박한 허재필이 고민하자

강도 전과가 있는 김경훈이 범행을 제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드러난 반전...

가난하게 살았다기에 정말 그런 줄 아셨겠지만,

알고 보면 두 사람의 가정 환경은 매우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김경훈의 집은 교육자 집안으로, 그의 부모는 명문 대학까지 졸업한 인텔리였습니다.

가정 형편으로나 집안 배경으로나 김경훈은 아무 걱정 없는 유복한 집안의 아들이었던거죠.

반면 허재필은 어릴 적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고 계모 밑에서 성장한 인물로 마음 한구석에 깊은 상처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부유한 집안의 아들인 김경훈이,

단지 가까운 '동생'의 카드빚 때문에 범행을 제안했다는 것이나

전과 하나 없던 허재필이 이처럼 무서운 범행 제안에 쉽게 응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뭐 아무튼 이유를 굳이 찾자면, 김경훈은 재수할 때 잘못된 길로 빠졌기 때문이라는데요.

김경훈은 1995년 군 복무 당시 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4년간 실형을 산 적도 있습니다.

이윽고 전과 7범이 된 김경훈은 항상 '돈과 여자'를 목적으로 범행을 합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여자를 상대로 범행을 하면 쉽게 돈이 생긴다' 는

생각에 빠져 살았다고 합니다.

허재필의 경우엔 비록 전과는 없었지만 나날이 늘어나는 빚으로 인해 이성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100만원도 안되는 월급으로 빚을 갚기엔 불가능하다.

한탕 크게 하면 모든게 해결될 것이다 라는 생각뿐이었답니다.


(미용사 납치살해사건이 밝혀지기 전 인터뷰)



우선 첫번째 희생자였던 미용사 이씨

김경훈의 단골 미용실에서 일하는, 김경훈과 알고 지내던 여성이었습니다.

친절하고 상냥하며 매우 성실해서 단골 고객이 많은 걸 보고 저축해둔 돈도 꽤 될 거라 판단했고,

게다가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미용실을 찾으면 미용사와 고객의 입장을 떠나

마치 친누나처럼 진심어린 위로와 격려를 해줬기 때문에

범행하기에 손쉬운 대상이란 확신을 합니다.



4월 18일 밤, 트렁크에 허재필을 태우고 미용실 근처에서 기다리던 김경훈은

귀가하려던 이씨를 붙잡고 집까지 태워줄테니 타라고 했고,

순간 이씨가 망설이자지난 번에 머리 손질을 잘해줘서 멋있단 칭찬을 많이 들었다며

너스레를 떨어 경계심을 허물게 해타게 합니다.

그리고 영동고속도로로 곧장 내달려, 휴게소에서 차를 세우고 트렁크 문을 열자 허재필이 뒷좌석에 올라타

두 사람은 함께 협박해서 신용카드를 빼앗았고 비밀번호도 알아냅니다.

휴게소의 ATM기에서 12회에 걸쳐 총 286만원의 예금액 전부를 인출한 범인들은

다시 차를 몰아 용인으로 갔고, 이들이 일하던 골프장 인근 야산으로 가

미리 계획한 대로 이씨를 목졸라 살해했고 사체를 암매장합니다.

범행으로 번 286만원을 다시 룸싸롱에 가 한번에 탕진한 둘은 결국 또 범행을 계획합니다.

무리 없이 여성을 납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언젠가 뉴스에서 봤던

'택시위장' 수법을 이용하기로 하고 다시 행동을 개시합니다.



4월 27일,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택시 표시등을 절도하죠.

그리고 어두워지길 기다린 뒤 평범한 택시로 오인한 피아노 강사 박씨를 태운 후 납치해 

현금 2만원과 신용카드를 뺏고 협박해 신용카드 비밀번호도 알아낸 후, 목 졸라 살해합니다.

사체를 트렁크에 실은 채 은신처로 도주해 숨어있던 김경훈과 허재필은

라디오 뉴스에서 여성 납치 사실이 보도되지 않자

자신들의 범행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확신, 다시 범행에 나섭니다.

하루 뒤 4월 28일 저녁 9시, 혼자 택시를 기다리던 21세 회사원 이씨를 납치해

신용카드를 뺏고 영동고속도로의 한 휴게소로 갑니다.

전날 살해한 여성의 신용카드에서 이미 50만원을 인출했지만 성에 차지 않아

다시 오늘 납치한 여성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돈을 인출하려다 비밀번호가 맞지 않아 인출이 안 되자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이씨를 또 목 졸라 살해한 다음, 사체를 뒷좌석 바닥에 뉘고

태연하게 수원 시내로 돌아와 추가 범행에 나섭니다.

새벽 5시 경, 수원 시내 나이트클럽 앞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3명의 여성을 발견하고

3명이라는 숫자에 불안감을 느껴 잠시 망설이다가, 날도 밝아오고 강탈한 돈이 너무 부족하자

초조한 나머지 결국 다시 모험을 감행합니다.

무료로 집까지 태워주겠다며 친절을 베푼 김경훈은,

뒷좌석 바닥에 있는 여성은 술에 취해 널브러진거라고 3명의 여성들을 안심시킵니다.

그리고 경부고속도로로 나가 갓길에 차를 세우고 본색을 드러내죠.

여성들을 협박해서 현금 15만원과 카드를 빼앗고

비밀번호를 물은 뒤 고속도로 옆 길섶으로 끌고 가

한 여성을 노끈으로 결박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두 여성을 강간합니다.

다시 여성들을 차에 태운 범인들은 나머지 두 여성도 결박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목을 졸라 살해하고는

밖에서 사체가 보이지 않게 뒷좌석과 바닥에 뉘고

자루와 옷, 봉투 등으로 덮어 다녔다고 합니다.

허재필은 자신의 범행 당시 심정에 대해 진술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형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왜 사체를 차에 싣고 다녔는지였는데,

허재필은 범행한 지역에서 멀찌감치 벗어난 장소에

사체를 한꺼번에 묻으려고 했다고 진술합니다.

'시체를 싣고 다니면서 무섭지도 않았냐' 는 질문에

허재필은 '아무렇지 않았다' 고 했다고 합니다.

순진한 얼굴에 전과 하나 없던 그가 이처럼 무서운 살인행각을 벌이고 다녔다는 거죠.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는 말처럼

김경훈과 허재필은 살인에 급속도로 빠져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두려웠는데 일이 너무 커지니까 나중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마치 최면에 걸린 듯 죽였다. 나중에는 웃음까지 나오더라"

는 그의 고백에 수사팀은 할 말을 잃습니다.

재판에서 허재필은 모든 죄를 자살한 김경훈에게로 돌렸고,

자신은 김경훈이 시키는 대로 따라한 허수아비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열흘에 걸쳐 6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강간한 행위가

결코 다른 사람의 강요나 지시에 의해 피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범죄라는 점을 강조하며

허재필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자살한 김경훈과 허재필의 범행은, 찾아보려면 얼마든지 자료가 있지만,

당시 이 사건이 보도됐던 뉴스나 신문 기사 자료는 찾아보기가 매우 힘듭니다.

왜냐구요.....? 긴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 사건이 묻힌 이유는 바로,


오필승 코리아! 였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우리나라의 택시 운영과 관리 체계가 너무 허술하다는 겁니다.

택시는 시민들이 필요할때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대중 교통 수단이죠.

그런 택시가 어설픈 범죄자들의 범죄 도구

너무나 쉽게 변할수 있단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케이스입니다.



미국 뉴욕의 택시는 'Yellow Cab' 이라는 별칭이 더 잘 알려져 있듯이

일반 차량과는 확연히 구분 되는 샛노란 차체의 택시 전용 차량만을 사용하고,

택시 운전사의 자격 요건과 면허 관리, 운행 상황 점검 체계 역시 매우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영국 런던의 경우, 택시 회사와 기사는 경찰에 의해 철저히 점검, 관리되는데요.

일반 차량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대형 딱정벌레 같은 특수 택시 전용 차량 "Black Cab" 

사용하므로 확연히 구분되죠.

택시라면 누구든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말만 선진국 외치지 말고,

이런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여지는 하루빨리 개선해야함이 옳겠죠?

하지만... 이 사건이 벌어지고도 2005년 3월 경기도 분당에서

한 항공사의 여자 승무원이 전과 9범인 택시 기사에게

납치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여전히 우리나라 택시는 안전성이 100% 보장되지 않는

'위험한 운송 수단' 의 탈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 라도 하면 다행인데,

여전히 별 탈 없는척 외양간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 자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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